[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감독 웨스 앤더슨)은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의 대거 등장을 비롯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오감만족 이야기, 고풍스러운 주변 배경까지 말 그대로 인물과 사건, 배경을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마담 D. 피살사건을 둘러싼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모험기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은 평범해 보이지만 다양한 재료(?) 덕분에 특별해진다.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주드 로, 애드리언 브로디, 윌렘 대포, F. 머레이 아브라함 등 기막힌 라인업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설국열차’에서 메이슨으로 활약한 틸다 스윈튼은 이번 작품에서 미망인 마담 D. 역을 맡아 또 다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백발 가발과 주름 분장, 콘택트렌즈의 도움 덕에 84세 노인으로 등장 사건의 시작을 경쾌하면서도 강력하게 알린다.
메가폰을 잡은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으로부터 “오직 그만을 생각하고 이 역할을 만들었다”는 극찬을 들은 랄프 파인즈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절이 몸에 베인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를 제대로 그려 보는 이들을 집중케 만든다.
또한 구스타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등장하는 그의 수호천사들도 각자의 존재감을 발휘해 완성도를 높인다.
누명 벗기기 프로젝트라는 큰 틀 안에 호텔 지배인과 로비보이의 우정, 손님과 관리인의 사랑, 인맥 관리기가 골고루 담겨 보는 재미를 더한다. 충실한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는 차갑고 무심하게 로비보이를 교육하지만, 그 안에는 믿음이 존재한다. 손님과 관리인으로 만나 서비스를 넘어 사랑으로까지 변한 구스타브와 마담 D.는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해 절로 공감된다.
젊은 작가(주드 로 분)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사건은 친숙해 귀 기울여 진다. 최고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구스타브의 인생은 그저 안타깝지만 그만의 탁월한 인맥이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줘 즐겁고 ‘주변사람들한테 잘하자’는 교훈까지 준다.
우여곡절 끝에 감옥에 간 구스타브는 세계적 호텔 지배인답게 감옥도 호텔로 변화시킨다. 죄수들에게 옥수수죽을 건네며 최고의 서비스를 베푸는 그의 모습은 돋보이며, 감옥 탈출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동시에 리듬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묘미를 더해주는 배경은 단연 빼놓을 수 없다. 주브로브카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동유럽 국가를 제작, 예술적으로 완벽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럽의 모습을 담아 순식간에 시간여행도 다녀올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사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동부도시 괴를리치에 있는 오래된 백화점이었다.
↑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