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즐겁게 연기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해요. 헤헤헤."
김고은은 데뷔작인 영화 '은교'에서 박해일을 비롯해 '협녀: 칼의 기억'에서 이병헌·전도연 등과 함께 연기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몬스터'에서는 이민기와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은 "단독으로 연기하는 거면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며 "난 어울리면서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배들이 무척 잘 챙겨준다"고 좋아했다.
"연기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선배들이 애정을 갖고 봐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좋은 선배들과 함께하니 '나중에 내가 선배가 됐을 때 이들 같은 선배가 되지 않으면 난 진짜 나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이민기와는 조금 더 친해지지 못해 아쉬운 듯했지만 귀여운 미소로 다음을 기약했다. "민기 선배와는 홍보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촬영할 때는 거의 마지막에만 부딪혔으니까요. 그래도 좋아요. 다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로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들 하세요. 나중에 만날 수 있겠죠?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몬스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그에게 동생을 잃은 복순(김고은)의 끝을 알 수 없는 맹렬한 추격을 그린 영화. 극 중 복순은 시골 장터에 채소를 팔며 여동생과 단둘이 사는 인물이다. 어릴 때 머리를 다쳐 모자란 구석이 있지만 남한테 당하고는 못 사는 인물이다. 태수에게 동생을 빼앗겼으니 이를 악물고 그를 쫓는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김고은은 "감독님이 복순이 캐릭터를 얘기했을 때 바보 같기도 하고, 또 정상으로 보이기도 했으면 좋겠다. 예측 불가능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촬영하면서 계속 숙제를 받았던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김고은은 앞서 '은교'로 신인상을 휩쓸었다. 바뀐 게 많을 것 같다. 그는 "작품들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게 가장 변한 점"이라고 짚었다. '은교'는 3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발탁됐었다. 이후 작품들은 출연 제의가 먼저 들어온 케이스다.
"어떤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한눈팔지 말아야겠다는, 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만 "영화가 개봉한 뒤 '기사의 댓글이나 다른 글들을 부모님이 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래도 다행히 부모님이 티를 낸 적이 없다"고 웃었다. 김고은은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계원예고에서 꽤 칭찬받으며 학교생활을 했던 김고은은 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다닐 때는 심적으로 힘든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저를 무너뜨리는지를 깨달았죠. 대학교 1학년 때 이도 저도 아니었어요. 연기하는데 잘하지도 못하고, 즐겁지도 않았거든요. 그 감정이 계속되면서 열정을 놔버렸죠. 진짜 선생님들이 '너 왜 그래?'라며 야단도 쳤는데 감흥이 없더라고요. 뭐라고 하면 '못했구나',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끝이었어요. 중요한 과목이 있었는데 그 수업도 열정 없이 들었어요. F학점 맞을 줄 알았는데 교수님이 리포트에다가 코멘트로 '다시 열정을 가지세요'라고 써주셨더라고요. 제 문제를 교수님은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정신 차리고 2학년때부터는 재미있게 살게 됐죠."(웃음)
그렇게 그는 학교생활을 잘 이어갔고, '은교'가 됐다. 이후 '몬스터'의 복순이가 됐다. 그의 연기를 보면 앞으로도 맡을 역할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끌리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강렬한 선택을 했으니 앞으로 선택에도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좋은 영화, 괜찮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지만 "영화를 찍다 보니 흥행도 중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고 짚었다. 그래도 "20대 초반의 감성은 나중에는 나올 수 없으니 내 지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나 더. 김고은이 출연한 작품인 '은교', '몬스터', '협녀: 칼의 기억' 모두 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혹시 낙하산?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