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왕가네’는 누구보다도 솔직한 드라마였어요.”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똑 부러진 말투가 빛나는 이윤지를 만났다. 50부라는 ‘왕가네식구들’(이하 ‘왕가네’) 대장정을 마친 이윤지는 안 그래도 가녀린 몸이 더 말라갔지만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수의 가족 드라마에서 다양한 며느리 모습을 보여줬던 이윤지이지만 ‘왕가네 식구들’만큼의 대중들에게 남다른 각인을 찍은 작품은 없었다. 이윤지도 “몇 번의 결혼과 수많은 식구들을 만났지만 이번엔 정말 식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의 단합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다”며 ‘왕가네’를 떠나 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 “‘왕가네’ 공감대 형성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 시청률 나오지 않았을 것”
‘왕가네 식구들’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50%에 육박하는 시청률, 화제성면으론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영 내내 ‘핫키워드’였다. 다양한 막장 요소들이 있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다음 회를 기다렸다. 그 이유에 이윤지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 사진=나무액터스 |
특히 ‘개그콘서트’에서도 패러디 될 정도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30년 후 결말에 대해 이윤지는 “찍으면서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내가 살면서 1~2년 내다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30년 후를 내다 본다는 게 신기했다. 누구도 내 30년 후를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배우들에게 ‘나의 노년은 어떨까’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 “한주완 앞에선 부끄러운 것도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 이윤지는 한 가족의 딸이기도, 며느리기도 했지만 사랑 받는 연인이자 한 사람의 아내로 분했다. 특히 초반부터 한주완과의 눈을 뜨고 지켜보기 힘든 닭살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과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무엇보다 이윤지는 상대역인 한주완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케미와 호흡을 자랑했다.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완전 신인인 한주완은 이윤지와 함께 제대로 놀았고 대중들의 눈도장도 찍었다.
“파트너와 머쓱하면 찍을 때도 힘든데 그 친구가 거침없는 성격이고 확고한 자신만의 주관이 있다. 그래서 더 빨리 친해지고 닭살 연기를 하는데 쑥스럽지 않았다. 미친 듯 눈 딱 한번 감고 시도하니까 한주완 앞에선 창피한 게 없어졌다. 사실 살면서 흔한 이벤트 한번도 못해봤는데 드라마를 통해서 이벤트도 받아봤다. 이제 나도 이벤트 당한 여자다.(웃음)”
왕광박으로 살면서 연애부터 결혼까지 거침없이 달려온 이윤지는 드라마를 통해 결혼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어느덧 서른, 환상을 품을 나이는 아니지만 ‘왕가네’를 통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찾았다. 또한 가족극이라는 것을 통해 인생이 커지는 것도 배웠다.
◇ “드라마와 연극 병행 힘들었지만 에너지 얻었다”
방송 초반부터 이윤지를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이윤지는 광박이의 상태에 따라 얼굴도 핼쑥해지고 고생한 티가 역력했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에도 가녀린 몸을 자랑하던 이윤지는 “드라마를 하면서 살이 이렇게 많이 빠진 적은 처음이다”라고 입을 내둘렀다.
“촬영하는 동안 5kg 정도 빠졌다. 그렇게 살을 빼고 싶을 때는 안 빠지더니 뒤늦게 얼굴이 패이기 시작했다. 특히 광박이가 마음 고생을 했을 때 정말 주위에서 우울해 보인다고도 하더라”
“좋은 작품이 있다면 또 다시 연극을 하고 싶다. 날 위해서도 좋은 기회였고 너무 도움이 됐다. 정말 피곤했지만 집에 가면 오히려 에너지가 올라온다. 선생님들도 연극을 하고 나면 끄집어 놓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고 하더라. 즉석에서 관객들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그걸 실감하게 됐다.”
항상 그 자리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던 이윤지, 이제 대중적 인기까지 얻게 됐다. 그만큼 ‘왕가네’는 이윤지에게 남달랐다. 그렇기에 다음 행보가 더 중요할 때다.
“이제 무서울 게 없다.(웃음) 전문직 캐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