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몬스터’(감독 황인호·제작 (주)상상필름), 러닝타임 113분,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
여동생 은정(김보라 분)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복순의 집에 때 아닌 불청객 나리(안서현 분)가 등장한다. 나리를 만난 그 순간부터 복순 은정 자매 앞에는 태수라는 또 다른 불청객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여곡절 끝에 쫓고 쫓기는 상황에 처한 복순과 태수.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운명이기에 두 사람은 처절하게 대결하고 치열하게 싸운다.
[MBN스타] 최준용(이하 최) : 일단 ‘몬스터’는 언론과 평단에게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영화 같아요. 극 초반 등장하는 ‘꼬꼬마 텔레토비’의 패러디는 정말 당황스러웠죠. 복순의 꿈에서 할머니는 태양으로 등장해 말을 거는데. ‘이게 뭔 영화일까?’라고 잠시 의문이 들더라고요.
여수정(이하 여) :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 된 영화 같더라고요.
최 : 확실히 이민기가 나올 때와 김고은이 출연하는 부분의 분위기가 워낙 상반되니깐 초반엔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손진아(이하 손) : 아! 저도 텔레토비 햇살에 당황했어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설정이었거든요.
최 : 영화를 다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장면은 7살 정신연령을 갖고 있는 복순의 시점에서 바라 본 장면이라고 느꼈어요. 아직 맑고 순수한 어린이라면 태양에 할머니 얼굴이 투영돼 말을 걸 수가 있겠다 싶어요. 어렸을 땐 상상력도 풍부하고 꿈도 잘 꾸잖아요. 아무래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다 보니 성인의 입장에서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손 : 곳곳에 넣은 유머코드에서도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아요. 저는 초반엔 그 점이 신선했는데. 이게 너무 자주 등장하고 뭔가 긴장감 조성이 정점이 찍으려는 부분에서 갑자기 코믹으로 바뀌다보니깐 좀 기운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온도차가 심한 영화 같아요.
최 : 전 일반 관객들과 영화를 같이 봤는데 공포와 긴장감이 절정에 다다르다가 예상치 못한 유머로 분위기를 싱겁게 만드는 부분에서 많이들 웃더라고요.
여 : 언론/배급 시사회 때도 ‘풉’ 이라는 헛웃음이 간간히 들리기도 했어요. 관객들이 신선하면 웃고, 혼란스러우면 ‘뭐야 이 B급영화는..’ 이러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호불호 정확하게 갈리는 작품이 등장한 것 같아요.
최 : ‘은교’로 주목받은 김고은의 후속작인데 그의 연기력은 어땠나요?
여 : 전 김고은이 연기 변신을 참 제대로 한 것 같아요. 정말 미친 여자인 줄 알았어요.
손 :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갈수록 징징 대는 게 잦아지다보니깐 그냥 미친X이 아니라 어린아이 같다? 이런 느낌이 강했어요. 좀 작위적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최 : 저도 좀 김고은 씨 연기가 좀 과장된 느낌을 받았어요. 확실히 ‘은교’의 이미지를 벗은 것 같은데 자연스러움은 없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반면, 이민기 씨는 극중 태수였어요.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움을 느꼈죠. 이번 영화에 정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요. 김고은 씨도 연기를 못한 건 아닌데 이민기 씨에 비해 자연스러움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니 그 것을 감안해야겠죠.
여 : 이민기는 정말 ‘연애의 온도’ 속 찌질이를 완전히 벗었어요. 마지막에 피범벅이 돼 노려볼 때 진짜 무서웠어요. 진짜 태수를 위해 제대로 몰입한 것 같아요. 모든 걸 투자한 것 같았어요. 이번 작품이 여태 못해본 배역이라 애정을 많이 가진 것 같았어요 도자기도 배웠고, 극중 의상 콘셉트도 본인이 잡았다고 하네요. 직접 일본까지 가서 옷을 사오고요.
손 : 맞아요. 이민기가 이렇게 액션을 잘했나 싶었어요. 이민기가 이전 작품들도 다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특히 이번에 뭔가 투자를 많이 한 것 같은 게 느껴졌어요. 연기나 캐릭터나 다 완성도가 높은 거 같아요.
최 : 사람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죽일 때와 조용하게 도자기를 빚을 때의 느낌의 차이는 인상 깊었어요. 이민기의 캐릭터는 초반부터 외로움의 집약체 인 것 같아요. 그 외로움이 광기로 표출된다고 봤어요.
손 : 맞아요, 전 이민기가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일 때 실제로 그가 가족에 대한 상처나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했어요. 이민기가 족발집에서 피칠 갑 한 채 김고은을 노려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진짜 살인마, 미친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가 족발로 의붓어머니와 이복형을 내리칠 때 보이는 흰자만 보이는 모습은 정말 무서웠어요.
여 : 그래서 그런지 전 이민기 씨 인터뷰할 때도 참 무서웠어요. 눈빛에 아직 태수가 담겨있었던 것 같아요. 이민기 씨가 인터뷰 때 그랬어요. ‘살인자 연기를 위해 일상 속 살인충동을 참고했다’고 하더라고요.
최 :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인 것을 감안하고 보는데도 잔인하더라고요. 고개를 돌리는 여성관객들도 상당수 있었어요.
손 : 특히 전 족발집에서 피 튀기는 장면들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요. 나중에 족발집을 지나가는데 영화 장면이 생각나면서 이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여 : 이민기 족발신은 정말. 보다가 위를 한번 봤어요.
최 : 전 김윤석 씨요. ‘황해’에서 이민기와 똑같이 족발 뼈로 사람을 죽였죠. 앞으로도 족발 뼈가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최 : 전 이 영화가 끝날 때 ‘가족’ 이란 것이 떠오더라고요. 이 부분이 이 영화에 가장 중점적인 포인트 아닐까 싶어요.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여 : 맞아요.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랑 그 결핍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로 바뀌는 것 말이죠.
손 : 저 역시 동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적인 부분과 가족의 영향력이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느꼈죠.
최 : 태수의 성장과정을 보면, 그는 처음에 업둥이로 김뢰하 김부선 가족에 편입되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진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해요. 영화 내내 보여 지는 광기어린 살인은 그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보여요. 형의 부탁으로 살인을 하는 태수의 모습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그리워서 눈길을 받고 싶은 것 같아 눈물겹더라고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에게는 도구로서 이용만 당하더라고요. 가족과 함께 할 땐 유일하게 인간미가 있었죠.
최 : 복순도 마찬가지로 동생에게 애정을 넘어 강한 집착을 보이잖아요. 할머니를 잃은 후 유일한 혈육이라서 그런지..공부 잘하는 동생이 서울로 대학교를 진학하려고 하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장면도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한 그의 몸부림이라고 봐요. 동생을 잃은 후 나리(안서현 분)에게 가족이 되줄 것을 제안하는 것만 봐도 가족의 의미와 해체를 그린 것 같아요.
손 : 맞아요 가족이 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가족의 가족에 의한 가족을 위한 ‘몬스터’ 같네요.
여 : 결국 가족은 의지하게 되는 걸 말하려던 것 같아요.
# 감상평
최 : 이민기의 고군분투. 그의 변신은 놀라우나 관객을 위한 친절한 설명의 부재는 아쉽다
손 : ‘몬스터’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
여 : 액션이야? 스릴러야? 아리송하지만 결국 두 가지를 모두 담은 욕심쟁이 영화.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