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우봉식이 사망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 자신의 월셋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솔직히 눈썰미가 아무리 좋은 이라도 우봉식을 기억하는 시청자는 드물다. 얼굴을 알아도 이름까지 알고 있는 이는 더 없었을 게 분명하다.
1983년 MBC '3840유격대'로 데뷔한 고인은 영화 '6월의 일기', '싸이렌', '플라스틱 트리', '사랑하니까, 괜찮아'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07년 드라마 '대조영'에도 나왔지만 이후 활동은 뜸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평생 업으로 생각한 연기를 하지 못한 그는 신경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후배의 죽음에 김기천은 자신의 트위터에 "40대 배우가 죽었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외로워 배우를 하는데 외로움 때문에 죽었구나 부디 죽어서는 외롭게 살지 마라"라는 글을 올렸다.
김기천 측에 따르면 김기천과 우봉식은 친분이 없다. 김기천 측 관계자는 "좋은 소식은 아니라서 관계나 심경을 묻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각별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천도 이후 트위터에 "돌아가신 분과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이"라면서 "같은 배우로 일이 없으면 얼마나 외로운지 잘 알기에 혼잣말로 한 소리"라고 적었다.
하지만 김기천의 고인을 향한 애도는 그냥 던진 말은 아니다. 예순이 넘은 김기천 역시 과거 무명 생활을 거쳤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얼굴은 알렸지만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7번방의 선물'에도 나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기천보다 다른 이들이 더 받았다.
무영의 후배가 받았을 고통을 알기에 남긴 진심어린 글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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