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을 찾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신이 있고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또 신과 사람의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무당의 존재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누군가가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면,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이중적으로 무당을 바라봐왔다. 미신이라고 손가락질했고,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도 꽤 많은 이들이 그렇다.
영화 '만신'은 대무당 김금화(83)씨의 삶을 통해 무당의 존재를 관객에게 알리려 노력한다. 극 중 류현경이 연기한 열일곱의 금화가 "세상 사람들 몸의 병, 마음의 병 고쳐 주는 큰 무당이 되겠다"며 신내림을 받았듯, 김씨는 그렇게 살아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새마을운동 시기에 이어 현재까지.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로 지정된 만신의 삶은 드라마틱함 그 자체다.
박찬경 감독은 그런 김씨의 삶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접목해 연출했다. 김씨가 직접 나오기도 하고, 신기를 타고난 아이(김새론)에서 신내림을 받은 17세 소녀(류현경), 모진 세월을 거쳐 최고의 만신이 된 여인(문소리)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 엮었다.
김씨가 배우들의 굿판을 바라보기도 하고, 김씨가 6ㆍ25전쟁, 삼풍백화점 붕괴 등에서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굿을 카메라에 편집 없이 담아내기도 했다. 박 감독이 2년 여를 넘게 김씨를 따라다녔고, 자료수집을 한 결과다.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 등 배우들의 연기도 열연이지만,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특기할 만하다.
박찬욱 감독의 동생으로 이름이 더 알려졌지만 박찬경 감독은 설치미술ㆍ미디어아트 등에서 유명한 인사. 그의 장기가 영화 중간중간 돋보인다.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미술ㆍ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만신'은 무당을 높여 부르는 의미다. 무속신앙에 관해 관심 없는 이들은 꺼릴 만하지만, 한 사람의 삶은 절묘하게 압축해냈다.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듯 장인을 향한 존경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 새로운 형태와 형식의 작품이다. 104분. 15세 관람가.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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