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 진짜 미스코리아에 나오는 것도 모자라 진(眞)을 차지한 여자를 만났다.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오현경.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었다. 그럼에도 오현경은 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웃었고 행복했다. 그런 긍정의 힘이 오현경을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 “’수박짓’ 맘껏 했더니 지인들도 속 시원하다고…”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왕가네 식구들’에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넘쳐났다. 그 가운데서 오현경이 맡았던 왕수박 역은 가장 많은 욕의 지분을 가져갔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공감해야만 하는 연기자로서는 쉽지 않을 일이었다.
“수박이는 자기 맘대로 해야 해서 힘들었다. 백(Bag) 가지고 난리를 치는 게 가장 이해가 안 됐다.(웃음) 이해가 안 됐지만 연기는 해야 하니 제 생활에 수박이를 접목시켰다.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성격인데 ‘나 수박이잖아’라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더니 주위에서 밉게 보지 않더라. 지인들이 속 시원하다고 그렇게 살라고 하길래 ‘수박짓’을 맘껏 했다.(웃음)”
↑ 사진=김승진 기자 |
“수박이는 애가 둘이나 있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인간이다. 엄마가 그럴 기회를 주지도 않았지만 살면서 크게 미안할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다. 저에겐 고민중과의 재결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왕수박이 인간답게 성숙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마지막에 고민중, 오순정을 보고 사랑이 뭔지 배우고 그래서 보내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수박이의 성장한 모습이다.”
◇ “쪽대본 난무하는 드라마들, ’왕가네’ 보고 배워야 한다”
장작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작품답게 ‘왕가네 식구들’은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가족 못지 않은 정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매주 출연진들은 물론 감독에 작가까지 함께 하는 회식에 있었다.
“문영남 작가님이 대본을 어떤 일이 있어도 일주일 전에는 줬는데 연기가 잘 안 되는 사람이 있으면 잘하는 사람을 붙여서 끌어주도록 했다. 회식 때 사람들을 다독여주고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줬다. 회식 자리에서 어떤 장점이 보이면 그걸 돋보이는 장면을 넣어 주기도 했다.”
“다른 드라마들은 연습을 안 한다. 배우들도 대본을 받으면 자기 스태프하고만 맞춰보지 함께 연습을 하는 건 찾아보기 힘들다. 그걸 잡아주는 게 PD, 작가, 선배 연기자들이다. ‘왕가네 식구들’은 그런 환경에서 했기 때문에 즐겁게 일 할 수 있었다. 쪽대본이 나오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배워야 한다.”
◇ “문영남, 자기 배우에 대한 애정 강한 사람”
요즘은 일명 ‘라인’이라고 불리며 특정 작가와 항상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있다. 오현경도 문영남 작가의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오현경이 꼽은 문영남 작가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든 생활에 편리함이 왔고 뇌가 나를 지배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데 옛날 서민들의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런 정서를 강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한다. 또 자기와 함께 하기로 한 배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단역으로 나와도 그 다음을 책임진다.”
파격을 거듭했던 ‘왕가네 식구들’은 마지막 종영까지 남달랐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럿 인물들의 30년 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끝까지 화제성을 놓치지 않은 ‘왕가네 식구들’다운 결말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30년 후 모습을 보여줬지만 진짜 오현경의 미래 모습을 어떨까. “어떻게 늙고 싶냐
“곱게 늙고 싶다.(웃음) 어르신 분들은 ‘우리 현경이가 예뻤다’라는 얘기를 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곱게 늙을 필요가 있다. 관리는 필수도 마음가짐도 다져야 한다. 나이를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마음 씀씀이대로 되더라. 남들 배려하면서 살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