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시도로 접근한 '조난자들'은 스릴러적인 요소의 재미가 충분하다.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결말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잔인하지는 않지만, '쪼는 맛'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관객을 긴장의 늪으로 빠뜨리고 만다.
시나리오 작가 상진(전석호)는 제작사 대표가 빌려 준 강원도 산골 오지의 한 펜션에 가 작업을 마무리 하려 한다. 버스에서 우연히 학수(오태경)를 만난 상진. 쓸데없이 친한 척, 과도하게 친절한 학수가 상진은 불편하다. 혼자 알아서 가겠다는데 "택시 아니면 못 간다"며 차를 같이 기다려주겠다는 등의 말이 수작 같다. 특히 상진은 학수가 전과자라는 말을 듣고는 더 거리를 두려 한다.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려 왔는데 사람들이 많아져 시끄러워진 주변 환경에 짜증이 나는 상진. 젠장, 불청객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상을 치우지도 않아 더 짜증이 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스키를 타러 온 일행 중 한 명이 피를 흘린 채로 사망해 있다. 허겁지겁 신고하려 하는데 전화는 먹통이다.
'조난자들'은 각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 상황에 대한 의심과 오해가 극을 이끄는 힘이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수 명의 등장인물들과 상황이 이렇게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나 싶다. 가령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 학수를 본 상진이 전과자인 그를 살인자로 확신한다거나, 스키 타러 온 일행 중 유일한 여성인 유미(한은선)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며 경찰에 상진을 신고해 상황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 등이 그렇다. 의뭉스러운 경찰(최무성)의 등장도 한 번 더 이야기를 꼬는 역할을 한다.
상진이 이 난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관람 포인트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것 같은 상태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계속 유지되는데 두 주먹을 쥐고는 펼 수가 없을 정도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이 일들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가? 범죄가 가득한 마을인 건가? 등 관객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하게 돌아갈 게 분명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 깜빡 속아 넘어갈 만하다.
영화 속 장치들은 빤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로 보면 마지막 반전 역시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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