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의 반응이 나왔다. 영화와 관련한 공식 반응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DS부분 커뮤니케이션팀 김선범 부장은 23일 삼성투모로우에 '영화가 만들어 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 부장은 "지난 주말 저녁 딸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빠 회사가 정말 그런 일을 했어?'라고 물어봤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얘기였다"며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불쌍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고, 사실을 숨기려 나쁜 일을 서슴지 않는 회사의 모습에 화가 났다고 한다"라며 글을 쓴 이유를 전했다.
그는 "영화에서 회사가 돈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증인을 바꿔치기해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된다"며 "일반 관객들이 회사에 느낄 불신과 공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영화가 일으킬 오해가 너무나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가슴으로 이해한다. 또 그 아픔을 위로하지 못하고 7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길에서 싸우게 한 회사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며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한편 '또 하나의 약속'은 50만 명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 개봉 전부터 외압설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상영관 무당 배정 등을 이유로 롯데시네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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