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꿈의 무대, 누군가에겐 단순히 스케줄인 무대
[MBN스타 유명준 기자] “일주일 내내 음악방송 무대에요.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가수의 경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자기 시간을 갖긴 어렵다. 케이블부터 지상파까지 일주일 내내 진행되는 음악방송 무대는 물론 라디오, 행사 등을 오가다보면 잠자고 밥 먹는 시간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이들이 새우잠을 자는 모습을 볼 때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기 시간도 없이 바쁜 상황을 ‘삶의 질’과 연관시키자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솔직히 이런 이들의 모습은 ‘행복한’ 경우다.
그룹 베베미뇽의 벤이 22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2’) 정미조 편에 출연해,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파도’를 선사했다.
벤은 무대에 올라 “작은 체구로도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나도 가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노래를 끝낸 후 눈시울을 붉혔다. 2010년 베베미뇽으로 데뷔 후, 제대로 무대에 서보지 못한 서러움을 터져 나온 것이다.
무대는 폭발적이었다. 조그마한 몸집에서 뿜은 포스와 가창력은 물론, 풍부한 감수성은 방청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기실에서 이를 지켜본 선배 가수들은 벤을 응원하며 “무대에서 참 커 보인다”며 극찬했다. 결국 벤은 홍경민은 꺾고 1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가요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끄는 발언이 나왔다. 벤이 다음 상대로 지목한 선배 가수인 린에게서다.
벤의 지목을 받기 전 장난스럽게 “나 (지목)하기만 해봐라. 이 기집애가”라고 말하던 린은 정작 지목을 당한 후에는 “아까 벤 씨의 무대를 보고는 무대에 서는 것이 큰 꿈인 사람도 있는데, 제가 무대를 스케줄인 것처럼, 한두 번 나가서 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무대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벤 씨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몇 초만 나온 말이지만, 사실 현재 높은 인지도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가수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무대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도 많지만, 무대에 서는 것을 당연시 여
이날 방송에서 벤의 무대가, 린의 말이 기자의 귀에 꽂힌 이유다. 방송을 본 후 기자가 SNS에 올린 짧은 글에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과 가요계 관계자들이 ‘슬퍼요’와 ‘공감’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