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진현철 기자]
하지만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나치로부터 문화유산과 명작들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역사상 최초의 예술품 반환 전담 부대의 이야기다.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 섹시 남자 배우 조지 클루니가 제작, 각본, 감독, 주연으로 1인 4역을 했는데 어디서 이런 소재를 발굴하고 영화화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쟁 속 뒷이야기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예술품을 지키는 게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당연하다"는 답을 내린다. 결말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말이다. 김 샜다고? 전혀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뉴먼츠 맨'이 구성되고 활동하게 되는 이유와 그 과정, 결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영화기 때문이다. 이들이 세기의 작품들을 찾을 때는 짜릿한 희열도 있다.
'모뉴먼츠 맨'은 소재와 주제는 진지하지만 이야기를 무겁게 다루진 않았다. 소소한 유머와 재치가 포함된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유물을 찾다가 동료가 죽는 장면에서 실소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슬픔 또한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문화재 지킴이'라는 역사적 사명 때문인지 그의 죽음 또한 숭고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 관객도 즐길 지점은 많다. 대한민국도 지리적 위치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약탈당했거나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 간 문화재, 유물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는 미국이 덕수궁에 북한군이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 포격을 가하려 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뉴먼츠 맨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제임스 해밀턴 딜 중위가 포격을 반대해 덕수궁을 지킬 수 있었다. 북한군이 해인사를 중심으로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있을 때 UN군에서는 폭격 명령을 내렸으나, 당시 공군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장군은 폭탄 투하 지점이 해인사라는 것을 알고 국보인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소실될까봐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일화도 있다. 영화를 보면 한국의 모뉴먼츠 맨의 활약도 상상이 된다.
렘브란트, 루벤스, 르누아르 등의 명작을 보는 건 덤이고, 이 작품들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모뉴먼츠 맨' 이야기는 뭉클하게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 장 뒤자르댕, 빌 머레이, 존 굿맨, 케이트 블란쳇 등이 호흡을 맞춘 것도 흥미로운 동시에, 각 배우들의 매력이 조화롭게 빛나는 것도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극 중 모뉴먼츠이 우여곡절 끝에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과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 등을 찾았을 때 아직도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못한 15만여 점의 문화재들(문화재청 2013년 9월 자료)이 생각날 법하다. 일일이 그 문화재들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의 것이 다른 이들의 손에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 않는가. 이 소재를 우리나라 상황 설정의 영화로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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