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7번방’이 되지 않을까요?”
영화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가 개봉하기 전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이 영화에 투자하고 배급을 맡은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자신감이었다. 신생 투자배급사 NEW의 1000만 관객 돌파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을 빗대어, ‘수상한 그녀’의 코미디와 감동 코드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을 예상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들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려는지 ‘수상한 그녀’는 벌써 720만 관객(20일 영진위 기준)을 돌파했다. 아마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없었더라면, CJ 측의 예견은 이미 이뤄지고도 남았을 것 같다. 물론 현재 흥행 추이라면 또 한 번 1000만 관객 돌파가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긴 하다.
많은 한국 개봉 영화들이 1000만 관객을 노린다. ‘1000만’은 상징적 숫자기 때문이다. 지난해 900만 관객을 동원했던 CJ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은 “1000만은 의미 없는 숫자”라고 했었지만, CJ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솔직히 상징성을 포기하긴 쉽지 않다.
CJ는 앞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종상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상도 많이 탔다. 하지만 ‘1+1 행사’ 등 각종 이벤트로 무리한 1000만 만들기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시대 리더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등의 의미도 전했으니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CJ 계열사에는 ‘수상한 그녀’의 예매, 관람권이 뿌려졌다. 회사 간부들의 충성심 높은 일탈 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들에게 ‘수상한 그녀’를 봐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몇 차례 ‘수상한 그녀’를 본 이들이 꽤 있다. 한 관계자는 “공짜표라 친구와 함께 봤다”고 확인했다.
직원들에게 영화 표를 얼마나 뿌렸는지는 파악되진 않았지만, 720만 돌파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으리라 본다. 대부분의 영화 흥행의 이면에 이런 관행이 있는 건 쉬쉬하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수상한 그녀’ 1000만 관객 돌파에는 더 큰 벽이 생겼다. OST 표절 논란이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극중 주인공인 심은경이 부른 ‘한 번 더’가 페퍼톤스의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도입부를 비롯해 버스(verse), 브리지(bridge) 등 전반적인 코드 진행 및 구성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CJ엔터 측은 문제 해결에 급해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음악 감독과 접촉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식 멘트를 했다. 하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음악 감독과 연락하는 루트가 제한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잘못이 있다면 사과 혹은 변명을 하든가, 표절 사실이 아니라면 해명을 해야 하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
‘CJ판 7번방의 선물’인 ‘수상한 그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지는 아직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또 한 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와도 CJ 입장에서는 ‘광해’에 이어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