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황실의 물고 물리는 권력싸움…주진모는 없었다

[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하지원과 지창욱이 마침내 절대권력 전국환에게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냈다.

이들의 권력싸움이 점입가경에 이르며 안방극장의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 시켰으나, 남자주인공 주진모의 활약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18일 방송된 ‘기황후’에서 황제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원나라 최고 권력자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에게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낸 타환(지창욱 분)과 그런 그의 힘이 돼주는 기승냥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타환에게 옥쇄를 빼앗은 연철은 황제의 자리를 자신의 핏줄인 황태자에게 넘기기 위해 쿠릴라이 회의를 진행한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행성주들이 자리에 모이자 선위를 발표하려던 연철은 갑자기 회의장에 들어온 타환으로 인해 순간 크게 놀란다. 하지만 이내 타환이 말도 못할 뿐 아니라 글도 못 읽으며, 자신이 협박하면 협박하는 대로 겁을 먹는 바보 황제로 인식한 연철은 다른 때와 다름없이 여유롭게 타환을 위협한다.

하지만 더 이상 타환은 바보황제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기승냥을 위해 강해진 타환은 이전에 없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회의장에 있는 행성주들 뿐 아니라, 그 대단하다던 연철마저 제압해 나간다. 여기에 기승냥과 그녀의 뒤에 있는 백안(김영호 분)과 탈탈(진이한 분)의 도움으로 연철이 행성주들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위패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행성주들에게 알린 타환은 마침내 이들의 협조까지 얻으며 연철을 압박해 나간다.

↑ 사진=기황후 캡처

선위의 내용이 담겨 있는 조서를 무효화 하기로 한 타환은 그와 동시에 연철이 가지고 있는 옥쇄와 친정(임금이 직접 나라의 정사를 돌봄)권을 되찾고자 한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연철이었다. 황태자를 이용해 선위가 무효화 되는 것을 가까스로 막은 연철은 또 다시 황태자를 이용해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힘없는 사형수를 황재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객으로 꾸민 뒤, 이들이 사람들에게 잡히면 그 배후로 후궁인 기승냥을 지목하도록 하게 한 것.

연철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나 싶었으나, 이대로 당할 기승냥이 아니었다. “끓는 물을 식히려면 아궁이에 장작을 빼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 기승냥은 그대로 연철을 찾아가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꾸미며 그와의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원나라 황국 내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신경전과 권력다툼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기승냥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주인공 왕유의 활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극중 잠시 기승냥 편에 있는 탈탈이 위기에 처하자 도와주었던 것을 제외하고 그가 한 것은 연철의 앞에서 그의 편인 척 연철의 이야기를 듣는 것뿐이었다. 연철을 찾아온 기승냥과 눈이 마주칠 때도 그저 애절한 눈빛만 보내고 거기서 끝이었다.

↑ 사진=기황후 캡처

‘기황후’가 처음 시작할 당시 주진모가 연기하는 왕유는 역사왜곡 역풍의 중심에 올랐었던 캐릭터였다. 왕유의 처음 이름은 충혜로, 역사상 충혜왕은 고려시대 최고의 폭군으로 기록된 왕이었기 때문이다. 기황후의 상대배역으로 낙점된 충혜왕을 영웅적 성격의 인물로 그리려고 하던 ‘기황후’는 역사왜곡이라는 뭇매를 맞았고,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마지못해 충혜왕을 가상의 왕 왕유로 재설정하면서도 캐릭터에 대한 사랑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왕유이지만, 절반이 지난 지금 그의 활약은 조연만도 못한 처지다. 아무리 전개상 연철에 몸을 기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지만 타나실리보다 적은 활약과 분량,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연비수(유인영 분)보다도 못한 존재감은 왕유의 ‘남자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

역사상 왕유의 모델로 알려진 충혜왕과 기황후 사이 사랑이야기는 물론, 왕유가 고려의 왕으로 복귀하는데 기황후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접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역사적 고증 보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 중요시 되는 팩션사극 ‘기황후’는 얼마든지 왕유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 질 정도로 방치해 놓고 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바로는 왕유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이미 기승냥과 왕유는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고 돌아선 상황이고, 타이틀롤인 여자주인공에서 멀어진 다는 것은 드라마의 제목이 ‘왕유’로 바뀌지 않는 한 그가 극의 중심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물고 물리는 원나라의 권력싸움 가운데 극의 중심에서 계속 배제되는 왕유의 운명이, 그리고 연기자 주진모의 역량이 마냥 안타까울 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