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잘 알려진, 서기 후 49년 사상 최대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단 18시간 만에 사라진 도시 폼페이는 배경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전개하는 중요한 모티프이니 무시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 200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로 껴안고 있는 '인간 화석'도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작이다.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가 이끄는 로마와의 싸움에서 가족이 몰살당하고 노예 검투사가 된 마일로(키트 해링턴)는 뛰어난 싸움 실력으로 폼페이에 끌려온다. 폼페이 유력한 귀족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마일로. 마일로와 카시아는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카시아와 폼페이를 자신의 손에 넣기 위해 온 로마 상원의원 코르부스는 이들을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뻔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가족을 죽인 원수를 향한 복수와 신분격차를 뛰어넘은 사랑, 그리고 남녀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랄한 이의 등장은 수많은 작품에서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하지만 '레지던트 이블', '삼총사' 등을 연출한 폴 W.S. 앤더슨 감독은 화산 폭발의 위기 상황을 이 이야기에 가미해 관객의 관심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특히 후반부 화산 폭발과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장면, 화산재가 날리며 해일이 일어나는 등 주변 상황 묘사는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3D 영화를 가장 잘 찍는 감독"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영화의 비주얼은 남들이 인정할 만큼 흥미롭고 아찔하다. 앞서 검투사들끼리의 대결 역시 흥미진진한 구도로 연출했고, 화산재가 날리는 상황에서 마일로와 코르부스의 마지막 대결도 몰입도를 높인다.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