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강호동의 힘’ 기사 헤드라인에 부담이 확 되더군요.”
프리랜서로서 당당히 2014 소치 동계올림픽 MBC 중계단의 ‘얼굴’로 합류한 방송인 김성주가 절친한 동료 강호동의 특별 해설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올림픽 중계단을 잠시 떠나 국내 스케줄 소화를 위해 귀국한 김성주는 17일 밤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피드스케이팅 중계 당시 예능인 강호동과 ‘장외 대결’을 펼친 소감을 밝혔다.
앞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팀 일원으로 소치를 방문한 강호동은 지난 10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500m 경기 중계에 특별 해설위원으로 투입돼 감동 해설로 화제를 모았다.
이상화 선수 경기를 통해 예기치 않게 강호동과 중계 대결을 펼친 데 대해 김성주는 “(강)호동이형 중계하는 걸 보고 놀랐다. 부담이 확 됐다”고 말했다.
김성주는 “처음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이승훈 선수 중계를 했는데,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SBS에 졌더라. 나름 준비를 했는데 내 개인 관리를 못 해서, 속도 많이 상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체능’ 팀이 설마 중계에 투입될 줄은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호동의 첫 중계였던 모태범 선수의 레이스는 MBC가 중계 순번에서 빠진 경기. 김성주는 “호동이형 멘트를 열심히 들었다. (형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KBS를 보게 되더라. 무슨 얘기를 할까 싶어서. 그게 강호동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튿날 이상화 선수의 500m 중계에서는 강호동과 바로 옆 중계석에 앉아 맞대결을 펼친 김성주였다. 그는 “생중계에 앞서 호동이형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부담이 된다’ ‘내가 어느 만큼 해야 할 지, 끼어들었다가 괜히 누를 끼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하시더라”며 “편하게 하시라고 말씀드렸지만 나 역시 속으로는 부담됐다”고 말했다.
특히 강호동의 중계 모습을 담기 위해 중계석을 분주히 움직이던 ‘우리동네 예체능’ 제작진을 비롯, 북적이던 KBS 중계석의 분위기 역시 김성주에게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
강호동 첫 중계 후 쏟아진 언론의 호평 역시 ‘프리랜서’ 김성주로선 신경 안 쓸 수 없는 부분이었다. 김성주는 “기사를 보니 ‘강호동의 힘’이라는 표현도 있더라. 호동이형을 이겨야 하는구나 싶었다”며 “사실 서규철 선배(KBS 캐스터)만 해도 벅찬데 호동이형도 이겨야 되는구나 싶어서 이상화 선수 중계에 올인했다”고 말했다.
김성주는 “하지만 아무래도 두 명이 (중계)하는 것과 세 명이 하는 게 몰입도 면에서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경기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이상화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방언 터지듯 쏟아져 냈는데, 당시엔 집중해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주의 활약 덕분이었을까. 이상화 선수의 금빛 레이스 중계 성적표는 MBC가 활짝 웃으며 ‘김성주의 힘’을 입증했다.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소치로 떠나는 김성주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 중계를 앞두고 있다. 김성주는 “피겨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있지만 김연아 선수에 대한 애정으로 관전하는 분도 많으실 것”이라며 “너무 높은 수준이 아닌, 적절한 눈높이에서 김연아 선수가 뭘 잘 했는지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성주는 “5천만 명의 국민을 대표해서 3개 방송사 중계진이 나와 있는 것인 만큼 소신을 갖고 중계방송을 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면서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대회이고 마지막으로 지켜볼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 될 순간이기 때문에, 생생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와 책임감이 있고 그만큼 준비를 잘 해서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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