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나영 기자] 과거 한 드라마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여배우가 하이힐을 신고 촬영한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누리꾼들은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이라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문제를 삼았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편견이 논란을 키운 것이었다. 실제 시작장애인은 시각장애 교본을 통해 화장하는 법이나 킬힐 신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해당 드라마 작가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非)장애인의 편견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장애란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를 소재로 삼거나 비중 있게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아직도 적잖이 편견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작가가 철저한 정보 수집을 하지 않거나, 장애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거나 하면 이는 바로 논란으로까지 이어진다. 편견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우에게 장애연기란 다른 역할보다 까다롭고 표현하기 힘들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그 지식만 있다고 해서 간단히 표현해낼 수 있는 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 연기는 배우에게도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하게 소화한다면 배우는 메소드 연기(기술적인 연기에 심리적인 태도를 혼합시킨 것)를 선보였다고 극찬을 받기도 한다.
↑ 사진= 그겨울바람이분다 방송캡처, 내사랑내곁에 포스터 |
배우들의 장애 연기에 대해 대중의 시각은 호불호가 일부 갈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들의 노력에 호평을 보냈다. 특히 연기를 위해 장애인들과 접촉했던 이들은, 이내 그들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됐고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배우 김명민은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운동신경세포만 죽어 정신은 멀쩡하지만, 사지가 마비돼 죽음에 이르는 희귀병인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했다. 그는 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처럼 점차 말라가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실제로 점점 체중을 감량했다. 김명민은 18일 동안 10kg을 빼는 등 단기간 내에 무려 20kg을 감량했으며, 이로 인해 불면증, 저혈당, 탈수 등의 증상에 시달려야 했다.
김명민은 영화 촬영 후 희귀 난치병에 대해 새롭게 바라봤으며, 소외된 삶을 알리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영화를 통해 갖게 됐다고 전하며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기부 전도사가 됐다.
↑ 사진= 말아톤, 오아시스 포스터 |
지팡이를 사용하거나 혼자서 화장을 하지 못한다는 등의 편견은 송혜교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견. 이러한 편견을 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해소시켜 줬다.
드라마를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아가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송혜교는 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를 것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후에도 기회가 있으면 시각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오직 그대만’에서 앞이 보이지 않지만 밝고 구김살 없이 살아가는 정화 역을 맡은 한효주는 첫 시각 장애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한효주는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으면서 사회 활동의 기회를 모색하던 가운데, 영화 배리어프리 해설 제안을 받고 단번에 수락했다. ‘장벽 없는 영화’라는 뜻의 배리어프리영화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어자막을 넣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을 넣어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말한다.
이외에도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아 청년 초원 역을 소화한 조승우는 영화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와 그의 어머니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줬고, 장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전화시켰다. 또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로 뇌성마비장애인의 내면까지 완벽하게 연기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장애인을 연기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접근은 편견을 낳거나,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우이기에 장애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대중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과거 다큐멘터리 ‘꿍따리 유랑단’(2011)
김나영 기자 kny818@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