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징크스는 주로 재수 없는 일,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쓰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징크스는 하나쯤 가지고 있기도 해 일종의 부적, 기적, 행운 등의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영화 ‘연애 징크스’(감독 쿠마자와 나오토)에는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 의미를 지닌 징크스를 남발하는 소녀 지호(효민 분)이 등장한다. 지호는 친구를 사귈 때도, 애인을 만들 때도, 연인과 밀당(밀고당기기) 할 때도 시종일관 ‘징크스’를 강조하며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고로 남자 친구를 잃고 슬픔 극복을 위해 3개월 일본유학을 택한 그녀는 유학 첫날, 홀로 밥을 먹는 언니 야마구치 카에데(시미즈 쿠루 분)를 보고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지호는 자신과 카에데가 혈액형, 별자리 등이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의 징크스를 언급, 절친이 될 것을 점친다. 이때부터 지호의 ‘징크스 타령’은 시작되고 갈수록 물오른다.
징크스에 죽고 못하는 지호는 걸그룹 티아라 효민이 맡았다. 한류스타답게 그녀는 능숙하게 일본어 연기를 구사, 더불어 감정연기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며 연기돌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 유학 온 한국인 학생이라는 콘셉트 때문인지 과장된 리액션과 능숙한 듯 서툰 일본어 구사, 허당기 충만한 모습 등으로 보는 이들을 아리송하게 만든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징크스를 남발하지만, 징크스 속 숨은 의미는 공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호의 징크스를 듣고 판단하는 건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특히 지호는 노무라 유스케(야마자키 켄토 분)를 짝사랑하는 카에데에게 한국식 연애 방식을 지도하며 징크스 타령에 불을 지핀다. 유스케에게는 고백하는 방법을, 카에데에게는 고백 받게끔 하는 방법을 지도해 과연 한국식 연애 방식이 지호와 같을까라는 의문점을 안긴다.
지호가 카에데와 유스케에게 지도한 한국식 연애는 보편적이라기보다는 지호와 남자친구의 사랑 이야기다. 멜로 영화 속 명장면을 따라하는 모습은 좋은 고백 방법이 될진 몰라도 한국 연애의 보편적 모습은 아니다. 또한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주로 주입식으로 고백을 강조해 자칫 한국식 연애에 편견이 생길지도 모른다.
극중 지호와 카에데는 유스케, 그의 친구와 더블데이트에 나선다. 재미있게 데이트를 마친 후 지호는 유스케와 그의 친구에게 자신과 카에데 몫을 지불하며 ‘더치페이’를 한다. 이 장면에 대해 ‘연애 징크스’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효민은 “일본인 남학생이 술값을 다 계산한 뒤 ‘한국에서는 원래 남자가 다 내지 않느냐’고 말하는 장면에서 한국 여자들도 다 그렇게 하지는 않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이견을 제기했다”며 “일본은 더치페이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연애할 때 한국이라고 남자가 다 내는 경우는 없기에 감독님에게 ‘이건 우리 몫이야’라는 대사를 추가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효민의 대본 수정 요청 덕분에 한국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지 않은 셈이다.
‘연애 징크스’를 연출한 영화감독 쿠마자와 나오토는 “주인공의 연애코치가 난항에 부딪치는 이야기라면 더욱 재미있겠다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카에데와 유스케는 지호의 열혈 연애 지도에도 늘 소극적이다. 유스케는 여자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 안타까움을 안기지만 순수하고 귀엽게 그려지며 짝사랑앓이의 정석을 보인다. 그러나 순수하다 못해 깨끗한 유스케의 마음은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를 보고 분노를 쌓는 지호의 모습은 마치 관객들의 답답함을 대변하는 듯해 웃음을 선사한다.
↑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