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해 김예림부터 박지윤까지 영입해 연이어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 그가 또 한 명의 뮤즈를 발견했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 주인공은 퓨어킴이다. 역시 가장 기대되는 건 목소리였다. 서로 다른 목소리로 각자의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내 왔던 이른바 ‘윤종신의 뮤즈’들에 이어 퓨어킴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는 기대였다.
역시나 목소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그런데 그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목소리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빛부터 말투, 몸짓까지. 어느 것 하나 보는 이들 끌어당기지 않는 것이 없었다.
윤종신도 그녀의 마성에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며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잠시 내려놓았던 키보드를 다시 든 그녀는 ‘맘 앤 섹스’(Mom & Sex)라는 EP를 발매했고, 이어 홀로 작업한 정규앨범 ‘이응’까지 연달아 내놓으며 인디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눈독’을 들인 윤종신의 본격적인 영입작전이 시작됐다. 윤종신이 바라본 퓨어킴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첫 미팅을 할 때 종신오빠가 ‘어떤 음악 좋아하니’ ‘어떤 음악하고 싶니’가 아닌 ‘넌 누구니’ ‘넌 뭘 못견디니’ ‘네가 생각하기에 네가 착하니’라고 물어보셨어요. 생각 외의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들이 작업을 같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죠. 왜 저를 선택했는지 저도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저에게서 농염함이 보였다고 했어요(웃음). 종신오빠가 생각할 때는 제가 강하고 고집도 있으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윤종신만 퓨어킴의 마성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종신 오빠를 만나고 운명적으로 깨달았다”며 인디에서 메이저 레이블로의 이동을 결심했다. 윤종신의 음악에 대한 마인드, 사람 냄새나는 진심을 느끼고 만난 지 1시간만의 결심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닮아 있었고, 서로의 그것에 끌린 것이다.
“윤종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인상 깊게 생각한 두 가지가 있었죠. ‘월간 윤종신’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꾸준히 음악을 내놓는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발라드 가수가 ‘팥빙수’와 같은 곡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정말 호감이었어요.”
퓨어킴에게 미스틱89는 자유로운 목장이었다. 지난해 1월 미스틱89와 계약한 그녀는 김예림의 곡 작업에 작사로 참여하고, 작곡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슈퍼히트’에 출연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마녀마쉬’로 드디어 미스틱89에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가요에요. 종신 오빠가 마녀라는 캐릭터를 제안하셨고 가사는 제가 편곡은 015B의 정석원 오빠가 맡았어요. 가사는 비교적 쉽게 작업했어요. 내용은 마녀가 화형장에서 최후의 변을 하는 상황이죠. 사람들이 저에게 매혹당하는 것이 두려워 절 죽이려 하고, 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정작 그들에게 별 관심도 없죠. 요새 젊은이들이 자기 자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주변의 이런저런 일들에 흔들리며 살잖아요. 그들에게 자아를 찾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을 묻자 그녀는 ‘협동’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홀로 음악 작업을 해오던 터라 갑작스러운 협업이 충분히 낯설고 버겁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자랑하는 퓨어킴은 이마저도 기분 좋은 에너지로 이겨냈다. 아니, 이겨냈다기보다 애초부터 그녀는 소통에 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협업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의 것들은 저 혼자 해왔는데 이번에는 협업을 하면서 불순물이 없는 느낌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순탄하고 즐겁게 해왔어요. 오히려 처음이라 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소속사와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제가 경력이 적은데도 제 의견을 가장 많이 들어주셨어요.”
미스틱89만이 장점이라면 단연 아티스트들의 성향을 정확히 파고들어, 각자의 색깔이 묻어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깐깐한 안목으로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날카로운 눈썰미로 그들이 장점을 뽑아내고, 그 이후에는 방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스템이 퓨어킴에게도 적용됐고, 당연히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
“이제 첫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해요. 아직 갈 길이 멀죠. 제 목표는 음악을 계속 하는 거예요. 이런 대답이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을 계속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만큼 역량이 된다는 뜻이고, 제 음악을 계속해서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거잖아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