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2014년 영화 '로보캅'. 1987년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했던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은 30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제대로 '업그레이드' 됐다. 80년대 상상력만큼 획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좀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빤하지 않다는 게 2014년 '로보캅'의 강점이다. '절대' 과거 향수와 추억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2028년,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완벽한 경찰을 필요로 하는 도시 디트로이트. 치안 유지를 위해 로봇 경찰이 필요하다는 다국적 기업 옴니코프 회장 레이몬드(마이클 키튼) 측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대립한다. 옴니코프는 미국의 경찰을 로봇으로 대치하는 게 목표. 영향력 있는 언론인 팻 노박(사무엘 L. 잭슨)도 레이몬드 편이다. 해외 전장 지역의 로봇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영상을 내보내 여론 형성에 도움을 주려 한다. 하지만 미 의회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연민이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로봇의 경찰력 대치를 반대한다.
인간이 로봇화되는 과정은 경험해보지 않아도 충격적일 게 분명하다. 심리적으로 불안정 상태인 것도 당연. 머피 역시 마찬가지다. 뇌와 얼굴, 심장, 오른손만 남은 모습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머피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한다. 하지만 돈벌이에 관심 있는 레이먼드는 머피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인간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명령에만 움직이는 '기계'로 만들어 낸다.
기술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나날이 발전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등의 문제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다. 극 중 '인간' 머피라는 존재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 중심에는 옴니코프가 있다. 수가 틀어지니 "대중은 산 영웅보다 죽은 영웅에 열광한다"며 머피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리 나약한 존재는 아니다. '검거 기계'가 된 머피가 각성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과거 흥행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리메이크작 몇몇이 관객을 크게 실망하게 한 바 있다. 하지만 '로보캅'은 그런 우려를 떨쳐내기에 충분하다.
원작을 추억하길 원하는 관객을 위한 장치들도 있다. 검은색 슈트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로보캅의 완성 이전 단계는 은빛 메탈 슈트의 과거 모습 그대로다. 또 허벅지에 장착된 테이저건도 짜릿했던 과거의 기분을 전한다.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