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그 좋은 직장은 왜 뛰쳐나왔냐고, 지금도 충분한데 굳이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하냐고, 욕심도 참 많다고…많은 분들이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돈이요? 명예? 인기? 글쎄요. 조금만 더 관심 있게 지켜봐주실래요? 제가 정말 보여드리고 싶은 게 무엇인 지…”
프리랜서 선언 후 1년 4개월이다. 홀로서기를 선언한 지상파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중 한 때 ‘대세’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으랴? 헌데 ‘한 때’가 아니다. 공백도 슬럼프도 없다. 현재 진행형 ‘대세’ 전현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TV를 켜기만 하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그야말로 전현무의 시대다. 지상파의 굵직한 예능은 물론 케이블, 종편까지 섭렵했다. “KBS를 떠나 후회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단 1초도 없다”고 자신 있게 답할 만하다.
그의 성공적인 독립에 결정적인 발판이 된 건 단연 ‘히든싱어’. 최근 ‘시즌2’까지 화려하게 마친 그가 “솔직히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라며 운을 뗐다.
“사실 그저 일회성에 그칠 줄 알았어요. 정규 편성은 꿈도 못 꿨죠. 스스로 믿음이 부족한 탓인지 자신감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제작진으로부터 예능형이 아닌 아나운서형 진행을 주문 받았는데 방청객과 소통하다 보니, 어느새 프로그램에 빠져들다 보니 예상 못한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정말 100% 리얼 상황.”
‘설마’ 했던 전현무의 진가 발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나운서’라는 강력한 틀을 깬 그는 날개라도 단 듯 이전과는 격이 다른 ‘깐족 진행’으로 훨훨 날았다. 진행의 틀 안에서 까불고 놀고 또 거침없이 공격했다. 게다가 위로까지 한다. 관객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그야말로 ‘베테랑’ 급이니 프로그램의 맛은 제대로 살아났다.
‘깐족의 법칙’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상대방의 얼굴을 굉장히 자세히 본다”고 말했다.
“표정을 자세히 살피면, 나의 ‘깐족’을 즐기는지 기분이 상한 건지 알 수 있어요. 눈빛이 흔들리거나 정색하면 바로 멈춰야 해요. 다른 식의 접근을 한다거나 공격 대상을 바꾸거나! (하하) 상대방이 충분히 즐기고 있다면 주거니 받거니 더 장난을 치죠. 일반인의 경우는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생생정보통’ 등 일반인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아 빨라진 눈치가 힘을 발휘한 것 같아요.”
그의 진행 방식의 특징은 무법칙 속에 명확한 법칙이 있다는 것. 인위적인 리액션을 피하고자 방송 전에는 인사 이 외에는 가급적 교류를 안 한다고 했다. 실제 경연에서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하기 위해 출연자들의 정보나, 무대 뒤 상황에 대해서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대한 무방비 상태로 임하는 것이 그만의 진행 법칙인 것. 한 번 맡은 프로그램에는 완전히 빠져 드는 집중력과 애정 역시 강력한 무기가 됐다 .
‘올인’한 덕분일까. 이제 전현무에 대한 제작진의 평가는 그야말로 ‘무한신뢰’다. 불모지와도 같았던 시간대에 출발해 지금은 지상파도 뛰어넘은 프로그램이 됐으니, ‘시즌3’에 임하는 전현무 또한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고 했다.
“‘히든싱어’는 이제 달라졌어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출연자에 대한 기대치 또한 꼭대기에 있죠. 웬만해서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거에요. 저 역시 더 긴장하고 강약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원조 가수를 더 괴롭히고 관객들의 눈은 더 열심히 관찰해야겠죠. 균형 조절이 필수니까.”
그의 말처럼 대중의 눈높이 올라갔다. 비단 프로그램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대세’ 전현무에 대한 기대감 역시 마찬가지. 점점 뜨거워지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과의 경쟁에서 중압감은 없을까. 전현무는 이에 “프리선언 후 가장 좋은 건 틀에 갇히지 않고 많을 걸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내제된 불안감은 있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용하려고 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분명 ‘대체 전현무 저 인간은 뭘 하려고 하는 거야?’ ‘저렇게 깐족거리기만 해서야 얼마나 가겠어?’라는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저는 이제 막 예능 공부를 시작한걸요? 분명한 건 예능인 전현무의 길에 들어섰다고 해서 ‘언론인 전현무’를 버린 건 아니란 겁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한 명의 미약한 지식인으로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언젠가 꼭 입증하고 싶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깐족’ 만큼이나 그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이미지는 바로 ‘엄친아’다. 판사 집안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YTN 앵커로 처음 방송에 데뷔했다. 당시 조선일보에도 동시 합격한데다 KBS 아나운서까지 합격하면서 언론고시생 사이에서는 ‘전설’로 불리기도 한다. 게다가 IQ 150이상의 사람들로 이뤄진 멘사 회원으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외국어에 능통해 수차례 ‘명품 스펙’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금까지 정말 끊임없이 도전하며 쉼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그건 아주 작은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려면 일단 알려져야 하고, 대중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예능적인 능력을 도구로 삼아 대중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그의 최종 목표는 한 마디로 ‘쉬운 100분토론’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인 이슈든, 역사든, 교육이든 발전적인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함께 소통하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
“언젠가 ‘20대의 멘토’가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까지 쌓은 저의 모든 걸 공유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역사? 영어? 사회? 어론? 뭔가 우리가 어렵게만 느끼는 것들을 보다 쉽게 접근하고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나 더 많이 공부해야겠네~(하하!)”
그다운 꿈이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목표는 뭘까.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을 던지자 그가 본연의 장난스러움을 되찾았다. 전현무는 “2014년 연말 시상식에 수상은 아니어도 후보로라도 올라가고 싶다”고 답했다. “2014년엔 전현무를 수상자로!!!!!!!”라고 외치는 센스도 잊지 않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