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박희정 “삭발부터 민낯 열연까지…좋은 경험이었다”

19살 윤미(박희정 분)는 어린 나이에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위해 부푼 꿈을 안고 대기업에 취직한다. 그러나 대기업에 취직한 후 얼마 안 있어 백혈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다. 회사 측에서는 백혈병의 원인이 본인의 잘못이라 주장하며 윤미가족을 도우려하지 않는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윤미의 아빠 상구(박철민 분)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세상에 나선다. 혼자 시작한 싸움 소식이 전해지자 대기업에서 유사한 상황을 겪은 경험자들이 상구를 도와 힘을 합친다. / ‘또 하나의 약속’

[MBN스타 여수정 기자] “다들 모르겠지만 영화 ‘써니’에서 상미(천우희 분)의 오른팔로 등장했다.”

박희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딱 발랄한 소녀이미지를 풍기는 배우다. 인터뷰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줍음에 미소를 짓다가도 찰칵 소리가 들리자 감춰두었던 천의 얼굴을 맘껏 자랑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대기업에 취직한 후 백혈병에 걸려 생사가 위험한 딸 윤미 역을 연기한 박희정은, 신인치고는 다소 어려울법한 감정연기와 눈빛연기를 애절하고 애틋하게 그려내며 “저배우 누구지?”라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얼굴이 낯선 박희정은 영화 ‘써니’에서 천우희의 오른팔로 등장했다. 당시 대사도 한 두 마디였고 단역이기에 그녀를 기억하기란 쉽지않다. 2011년 ‘써니’에 잠깐 등장했던 박희정이 2014년 당당히 주연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대학로에서 연극판에서 먼저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연기는 떨림 없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진이 워낙 훌륭해서 촬영장에서 많이 위축돼있었다. 스스로 ‘내가 만일 영향력이 있는 배우였다면 제작진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됐을 텐데’ 라는 생각도 했다. 다들 정말 해줘서 행복했는데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오니 제작진이 위안을 받는 듯해 행복하다. 또한 지인들과 교수님이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며 정말 사랑받는 배우가 될거야 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정말 행복하고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윤미 역을 열연하며 한순간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모습보다는 그냥 주인공 아버지의 딸이고 싶더라. 그래서 배역에 더욱 몰입했다. 삭발도 했다. 머리카락이 자라 4번 정도 밀었는데 밀 때 마다 체온도 왔다갔다하며 몸이 아프더라. 평소 학창시절 오락부장을 도맡았던 나이기에 아픈 환자 역을 잘 소화할까 걱정이 됐지만 제작진이 다들 잘했다고 칭찬했다. 윤미는 나에게 있어 좋은 경험이다.”

↑ 사진=천정환 기자

박희정은 배역을 위해 삭발은 물론 민낯으로 열연했다. 신인이자 여배우인 그녀의 용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발표회 당시 삭발에 대한 질문에 너무도 담담하고 쿨하게 답하며 오히려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신인이기에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최대한 선배 배우들과 작품에 피해가 되지말자는 생각뿐이었다. 민낯에 삭발까지 했기에 오히려 어느 모습을 하더라고 다들 예쁘게 봐주지 않을까 싶다. (웃음) 또한 개인적으로 머리카락에 대한 욕심이 없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고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윤미 역을 하고 싶었기에 삭발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물론 두려움도 있었지만 막상 삭발장면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시원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았다. 삭발을 통해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사람 박희정으로서의 마음가짐 등 스스로도 많은 부분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차 오디션을 치르고 2차 오디션을 앞둔 상황에서 고인이 된 황유미 씨의 추모제에 갔다. 그곳에서 많이 마음을 비웠으며 머리카락을 생각했던 내 자신이 창피했다.”

배우 박희정이 아닌 촬영하는 동안에는 고(故) 황유미 씨로 생활했던 그녀 덕분에 영화 속 감동은 배가되며 영화관을 나와도 여운이 남는다. 주연이지만 생각보다 대사와 분량이 적어 짧은 순간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이를 단번에 날려버리며 2014년 신인 유망주 탄생을 알렸다. 박희정은 ‘또 하나의 약속’ 크랭크인 일주일 전 공개 오디션 없이 여주인공 역으로 캐스팅됐다. 신인으로서는 극히 드문 일이자 행운이 넘치는 일이다. 어떻게 공개 오디션 없이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학교선배에게 선배의 지인이 여배우가 필요하다며 20대 여자 사진을 보내달라고 제안했다더라. 당시 선배가 공연당시 내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다른 여자 사진들과 함께 보냈다. 여러 후보들 중 내가 선택받게 됐고 영화에 잠깐 나오는 조연이라는 정보만 들은 채로 감독님과 미팅을 시작했다. 미팅 전 정말 부담 없이 시나리오를 봤는데 조연이 아닌 주연이더라. 놀랐지만 재미있어 오디션을 보러갔다. 감독님이 쪽대본이 아닌 시나리오를 통째로 가져오라고 해 처음부터 끝까지의 윤미 대사를 연기했다. 오디션 후 일주일정도 애타게 기다리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후 감독님이 처음부터 너였어라고 하더라. (웃음) 난 정말 운이 좋았다. 내 사진을 보여준 선배를 평생 대접해야 될 것 같다.”

↑ 사진=천정환 기자

만약 학교선배가 박희정의 공연사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훌륭한 배우를 좋은 작품에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극에서 대사보다는 표정과 감정연기를 주로 선보인다. 별다른 연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촬영에 돌입했기에 표정과 감정연기를 어려웠을 법도 하다.

“감정연기는 힘들었다. 오열하는 장면에서 누가 말을 시키면 감정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기에 구석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내가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부터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고 집중하려 노력했다. 난 병실에 누워있고 나를 찾아온 반도체 직원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 있다.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난 아픈 환자이기에 감정을 자제해야 되는데 못하게더라.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행동하고 있더라. 정말 처음 겪어본 감정이었다. 삭발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연기열정에 행운까지 뒤따르는 박희정을 왜 ‘써니’때는 보지 못했을까 그저 아쉽다. 지금이라도 스크린에 나타나줘서 고마운 신예 박희정. 처음부터 꿈이 배우였을까.

“원래 난 연기 쪽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인문계와 실업계를 나눌 때 엄마에게 난 성적대로 살기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음 날 엄마가 아는 지인에게 전해들은 전주예고를 추천했다. 엄마 추천으로 전주예고에 진학해 연기를 배운 적이 없기에 대본하나 뽑아서 방과 후 연습하고 그랬다. 또 어릴 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 3살 때 태진아 선배의 노래를 불러 당시 내가 등장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였다더라. (웃음) 그때 왜 그랬는지 아직까지 기억이 안 나지만 혼자 노란손수건을 들고 노래를 불렀다. 말을 뗐을 때부터 불렀을 것이다.”

위로 평범한 회사원 오빠가 있고 부모님의 격한 애정을 받으며 자랐다고 밝힌 박희정. 2011년 ‘써니’로 영화계를 알게 됐다면 2014년 ‘또 하나의 약속’으로 스크린의 매력을 느낄 준비를 마친 그녀의 앞으로 계획과 바라는 배우상은 평범했지만, 오히려 기대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 사진=천정환 기자

“늙어가는 게 싫고 연말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까 생각하던 찰나 19살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재미로 틈틈이 쓰기도 하는데 일단 2014년 목표는 용기 있는 배우가 되고 있다. 그동안 난 도전적이지 않고 늘 가던 길, 먹던 음식 등 주로 꽂혔던 것에만 집중한 것 같다. 겁도 많아서 혼자 여행도 안 갔다. 때문에 2014년에는 내가 감당할 정도가 아닌 감당하지 못하는 걸 시도하고 싶고 그런 도전적인 배우가 되고싶다. 대중들에게 불편함이 아닌 따뜻함을 주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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