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박보영, 인생에서 가장 삐뚤어진 시기를 보내다

“니가 그렇게 여자 애덜을 잘 꼬신다메, 왜 난 안꼬시는겨?”

충청도를 접수한 의리의 홍성농고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 분)은 오랜친구이자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분)의 마음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홀로 중길앓이를 하는 찰나, 서울에서 예쁘장한 여학생 소희(이세영 분)가 전학을 오고, 첫눈에 소희에게 반한 중길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발동, 중길의 마음을 접수하기 위해 노력을 가한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거칠게 중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보지만, 그럴수록 중길은 점점 멀어져간다. 결국 중길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는 영숙.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길은 영숙이 아닌 소희의 매력에 푹 빠져 영숙을 아프게 만든다. 영숙은 중길의 여자가 될 수 있을까. / ‘피끓는 청춘’

[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2년 거칠고 사나운 늑대소년을 능숙하게 조련하며 남성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배우 박보영. 그녀가 2014년에는 일편단심 민들레로 변신, 오직 한 남자의 마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박보영은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충청도 접수에 이어 오랜친구이자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분)의 마음을 접수하려는 홍성농고 여자 일진 영숙 역을 연기했다. 그녀는 영숙이를 통해 ‘초감각 커플’ ‘과속스캔들’ ‘울학교 이티’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 ‘달려라 고등어’ 등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였던 ‘유쾌상쾌통쾌’가 아닌 살벌하고 포스있는 모습으로 파격변신을 시도한 셈이다. 감칠맛 나는 욕 연기부터 짧지만 강렬한 흡연장면,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는 지고지순함으로 박보영의 재발견을 알렸다.

너무 바르고 발랄한 이미지가 강한 박보영이 여자 일진을 어떻게 소화할지는 최대의 관심사였다. 기대이상으로 그녀의 연기는 리얼했으며 귀여움과 살벌함을 오가는 반전으로 자신의 매력도를 높였다.

“영숙 역을 소화하기 위해 욕 연습을 많이 했다. 아마 이때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삐뚤어지고 험악하게 보낸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험악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숙이가 나쁜친구는 아니다. 친구들도 괜히 괴롭힌다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제작보고회 때 일진이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했다. 요즘의 일진과 당시의 일진은 차이가 있더라. 요즘 일진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영숙이를 잘못 볼까봐 노는 언니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박보영의 말처럼 영숙이는 일진이지만 절대 나쁜행동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진이라기보다는 의리가 넘치고 거기에 싸움까지 잘하는 여학생이다. 그녀의 연기인생에 있어 이번 역할이 가장 세며 강렬하다. 바른 이미지의 박보영이 일진 역을 맡아서인지 더욱 새로우며 신선하다. 기존의 이미지로 인해 출연을 고민했을 법도한데 무엇이 그녀를 영숙이에게로 끌어당겼을까.

“‘늑대소년’ 촬영이 끝나고 개봉할 무렵 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생각보다는 쉽게 결정했는데 극중 영숙이 정말 멋진 캐릭터더라. 보통은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지 않냐. 그러나 영숙이는 다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켜주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캐릭터에 반한 다음 흡연이랑 욕설 연기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고민이 됐다. 특히 담뱃불을 튕기는 장면은 연습을 많이 했는데 다들 손연기가 어색하다고 하더라. (웃음) 리얼함을 위해 담배를 튕기고 줍고 튕기고 줍고를 정말 많이 반복해 연습했다.”

거친 역을 소화하기 위한 박보영의 노력은 스크린에 담겨 절로 박수가 나오게 만든다. 편하게 걷는 듯 하지만 실은 몸에 모든 힘을 실은 채 걷는 모습과 늘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뿜는 모습은 영숙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울학교 이티’ ‘정글피쉬’ 등에 이어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박보영. 거기에 이세영, 이종석, 김영광 등 또래들과의 촬영이라 더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법도 하다.

“일단 예전 교복이 정말 예쁘다. 치마도 길지만 예쁘고 학생다우면서도 멋을 낼 수 있는 벨트 등의 아이템도 정말 예쁘다. 잘 보면 보이겠지만 내가 착용한 벨트 버클만 은색이다. 이는 내가 대빵이자 멋을 낸 걸 표현한 부분이다. (웃음) 교복을 입고 촬영하니 좋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교복만 입으면 걱정이 없어지더라. 그래서인지 그냥 교복을 입고 앉아서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세영이와 친구처럼 웃고 떠들며 편하게 촬영했다. 세영이가 털털하고 활발한데 극에서는 새침하게 나온다. 본인 스스로도 새침한 연기를 하며 힘들어하더라. (웃음) 털털한 나와 세영이 때문에 평소 애교가 많은 종석오빠가 촬영장 애교담당이었다.”

‘울학교 이티’에서는 이민호와 ‘늑대소년’에서는 송중기, 그리고 이번 ‘피끓는 청춘’에서는 이종석과 연기호흡을 맞춘 박보영.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그녀는 스스로 나는 남자배우 복이 많은 여배우라고 칭하며 모두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동안외모에 애교넘치는 말투가 묘하게 비슷한 박보영과 이종석. 극중 박보영이 이종석을 좋아하는 역으로 등장, 자주 호흡을 맞추기에 당연히 두 사람의 친분은 다정할 것 같다. 그러나 방송에서 아직 서로 어색하다는 의외의 폭로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종석 오빠는 귀엽고 애기같다. 특히 나는 애교가 없는데, 오빠는 그냥 애교가 온몸에 철철 넘쳐 신기했다. (웃음) 지금까지 나와 촬영한 오빠들은 ‘보영아, 밥 먹었어?’라고 묻는다. 이와달리 종석오빠는 ‘보영찡, 밥 먹었어용?’이라며 애교 넘치는 말투와 함께 사랑스럽게 바라봐준다. 그냥 온몸에 애교가 있는 셈이다. 영화 초반에 오빠와 붙는 장면이 없어 서먹서먹했는데 지금은 문자도 주고받으며 친하다. 한창 인터뷰를 할 때니까 서로 인터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는 사이다.”

이종석과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라고 밝힌 박보영. 그녀와의 인터뷰에 앞서 만나 이종석도 “박보영와 나는 엄청 친하다. 난 애교가 많아 누나들에게는 편하게 애교를 부리는데 박보영은 동생이라 어떻게 해야될지 그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나 예전보다 많이 친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충청북도 증평 출신인 박보영은 시골출신답게 맛깔스런 사투리연기도 일품이다. 서울말 같으면서도 강세가 있는 충청도 사투리연기는 매력적이다. 일상언어 뿐 아니라 욕설도 충청도 사투리로 내뱉어야 되기에 연기 고충도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도 왜 저기에서는 충청도 사투리가 안 나오지 하는 부분도 있어 아쉽더라. 영숙의 말만 길어지면 서울말이 등장해 아쉬웠다. 서울말에 가까운 사투리는 충청도, 제천은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하고 홍성은 전라도 사투리와 비슷하다. 고향이 충청도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약간 표준어다운 말이 나왔다.”

↑ 사진=이현지 기자

구수하게 지역별 사투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박보영의 모습은 마치 사투리 전문가스럽다. 실감나는 1982년 충청도를 재현하기 위해 영화는 충청도 홍성, 전라도 곡성, 담양, 순창, 순천과 광주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때문에 억지스러운 시골풍경이 아닌 자연스러운 시골모습이 등장한다. 시골출신 배우의 시골에서의 촬영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내 첫 촬영 장면은 그해 여름 가장 더울 때 진행됐다. 모자도 없이 햇빛아래에서 연기를 했는데 몰입도를 위해 시원한 곳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얼굴에 온갖 짜증이 담기게 됐는데 오히려 감독님이 리얼하다고 좋아했다. (웃음) 너무 더워서 햇볕에 코가 타 껍질이 벗겨지기도 했는데 정말 신기하더라. 또한 촬영 회차가 여유있는 편이라 휴가 겸 촬영을 했다. 근처 읍내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남원의 한 영화관은 들어간 순서대로 앉으면 되더라. 지정석이 있는 요즘 영화관과 달라 정말 신기했다. 안의 인테리어도 영화 포스터 위주로 꾸며져 있어 새롭고 재미있었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아마 ‘피끓는 청춘’이 아니었다면 이런 재미있는 추억은 없었을 것이다.”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피끓는 청춘’이 고맙다는 박보영. 1990년생인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2년도를 표현하기란, 거기에 당시 고등학생 역을 연기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교련복도 정말 신기했고 단팥과 소보로, 크림빵이 전부인 빵집에서 모든 빵을 올려놓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조금씩 맛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다행히 난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걸친 세대다.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손편지를 쓰거나 큰 카세트로 노래를 들었다. 당시 god 오빠들의 ‘길’을 주로 듣곤 했다. (웃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복 받은 것 같다. 영화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등장하지 않냐. 내가 아날로그를 아예 모르는 시대가 아니라 그때의 감정을 조금을 알고있어 그저 다행이다.”

2014년은 갑오년 청말 띠 해로 1990년생 백말 띠인 박보영의 해이기도하다. 말띠 배우답게 그녀의 주연작 ‘피끓는 청춘’은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누렸다. 새해부터 박보영의 시작이 좋아도 너무 좋다.

“말띠 배우가 말띠 해에 시작이 좋다면 정말 좋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안 부리리려고 한다. 이미 흥행은 내 손을 떠났다. 촬영과 홍보 등 내가 할 수 있는 걸 이미 다했기에 여기까지가 나의 몫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판단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좋게 봐주면 그저 감사한 일이다.”

여성스러움부터 센 언니까지 점점 배역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박보영. 점점 변신을 시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녀의 차기작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 사진=이현지 기자

“아직 차기작에 대해서는 말한 단계는 아니지만 속으로 결정한 작품은 있다.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촬영 날짜가 잡히면 그때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