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 헤비메탈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를 지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메탈계에 극심한 침체기가 왔고 많은 팀이 해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헤비메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팀이 있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지난해 20주년,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디아블로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 1993년 결성됐다. “록이 좋아서 모여 연습했다”는 이들은 당시 스쿨밴드나 다름없었다. 이들 모임의 이유는 그저 “좋아서”였다. 당시 결성된 멤버들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들은 김수한(기타)과 추명교(드럼) 두 사람이다. 이후 홍대의 한 라이브클럽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왔던 최창록(기타)이 함께 했고, 서태지 밴드에서 활동하던 강준형(베이스)도 서태지의 활동이 끝나고 디아블로에 합류했다. “디아블로를 보여 꿈을 키웠다”는 장학(보컬) 역시 동경하던 팀 내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의 멤버가 구성되기 전, 활동을 위해 이름을 모색하던 이들은 ‘디아블로’라는 팀명을 꺼내들었다. 사실 이들의 팀명을 들려주면 다들 게임이나 외제차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당연히 다른 뜻이 있겠다 싶어 팀명을 지은 이유를 물었다.
“게임은 96년도에 나왔어요.(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이 결성된 시기는 1993년이다) 워낙 게임에서 따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아서 조사를 해봤죠(웃음). 사실 디아블로의 어원은 차에서 따왔어요. 처음 우리 팀이 굉장히 스피디한 음악을 했기 때문에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라는 차에서 영감을 받은 거죠. 그 차가 이렇게 유명해질지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이렇게 뭉친 디아블로는 2000년 일본 헤비메탈 전문 레이블인 ‘하울링 불’과 계약하고 정규 1집 ‘디자이러스 인펙션’(Desirous Infection)을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개 국가에서 디아블로의 데뷔 앨범이 발매됐고, 이들은 국내의 굵직한 무대는 물론 세계적인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해비메탈 밴드들의 설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사실상 헤비메탈은 가요시장의 가장 변두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이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대중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앨범 수록곡들만 봐도 느낄 수 있다.
“1집 ‘고래사냥’을 메탈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는데 사실 이 곡은 공연을 위해 만든 곡이었어요. 대중들에게 헤비메탈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죠. 사실 당시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일반인들도 이런 곡들을 계기로 헤비메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리메이크에도 신경을 쓰게 됐어요.”
지난해 10월 발매된 EP ‘더 키퍼 오브 소울즈’(The Keeper of Souls)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앨범은 조금 특별하다. 그저 ‘노래’에 그치는 것이 아닌 모바일 게임 ‘미스터 브레이크’의 내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게임은 주인공 미스터 브레이커카 바이러스에 오염된 지구인들을 치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수단은 바로 헤비메탈로, 오토바이를 타고 좀비를 처치하면서 공연장으로 질주하는 간단한 게임이다. 당연히 게임 속에서는 디아블로의 음악이 흐른다. 헤비메탈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위축되지 않고 게임제작과 같은 새로운 활로를 계속해서 모색해나가는 모습이 실로 대단해보였다.
“미스터 브레이커는 일종의 헤비메탈을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헤비메탈을 듣고 감화된 악마 ‘미스터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