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
배우 김성균(34)의 말이다. 그는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을 맡은 이후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스무살이 넘어서부터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하지만 엄청난 연극 팬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 석 자와 얼굴을 함께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집안이 부자가 아닌 이상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임신한 아내에게 사줄 수 있는 건 편의점 음식 뿐이었다.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반지하 집에서는 딱히 목욕 시킬 공간이 없었다.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02)를 촬영하면서 그는 막노동을 했다. 한 방송에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배우) 하자고 가족들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터다.
"이제서야 가족들과 부모님 앞에 면목이 서요. 하지만 크게 생활이 달라진 건 없습니다. 아내나 저나 명품이나 좋은 차 욕심은 없어요. 자가용은 아직도 어디 나가면 부끄러운 차 몰고 다닙니다. 차가 부끄런운 건 아닌데, 사람들이 자꾸 저를 알아보시고 '왜 이 차를 타느냐'고 물으니까…. 12년 된 승합차(카니발2)인데요. 아이들 태우고 다니기 이만한 차가 없어요. 최근 타이밍벨트도 싹 갈아서 아직 4~5년은 더 탈 수 있어요. 차를 바꾸는 대신 선팅을 해야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좀 덜 알아보게.(웃음)"
↑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
"많은 분이 제 얼굴을 알아보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니 감사하죠. 다만 제게는 너무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라 살짝 당황스럽기도 해요. 평소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 크게 게의치 않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제 신경이 쓰여요. 길에서도 항상 무대 위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요. 일상을 연기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곧 다시 잊혀지겠죠?"
김성균은 "그저 지인들에게 밥 한끼 술 한 잔 살 수 있고, 경조사나 명절 때 부모님께 용돈 좀 더 챙겨드릴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무뚝뚝하고 표현은 서툴지만 속정이 깊은 '진국' 삼천포와 그는 실제 많이 닮았다. '응답하라 1994' 극 중 열 네 살 차이 나는 걸그룹 멤버 도희(윤진 역)와 스무살 청춘으로 분해 풋풋한 로맨스를 그렸던 그다. 연극 배우 출신 아내와 그의 연애 스토리가 더 궁금했다.
"앞서 방송에서 한 이야기 때문에 모두들 굉장히 힘들었던 이야기를 기대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전혀 그런 것만은 아니였어요. 정말 재미있게 연애했습니다. 둘 다 배우라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만큼 데이트할 때 아이디어로 승부했죠. 예를 들어 비수기 때 여행가서 해산물을 직접 채취해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알콩달콩 지내다가 이 친구와 평생을 살아야겠구나 느껴져서 결혼했죠. 별다른 프러포즈도 없었어요. 전 그런 거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못해요. 어휴"
↑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
"어떤 한 작품을 통해 내 인생이 주목받는 것보다 항상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어요. 살인범(배역)이든 순정파든, '의외의 캐스팅'이란 반응이 나오지 않아야 진짜 배우 아닐까요. 어느 역할을 맡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2년째 한 차를 타는 남자 김성균. 그의 소박하고 구수한 면모가 배우관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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