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살, 강원도 한 시골마을의 작은 극단에서 공연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온 이가 있다. 꿈에 그리던 서울 생활을 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됐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말이 배우이지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작품 탓에 생활고는 물론이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뽐낼 기회조차 드물었다.
현재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심재훈은 배우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으면서 여러 극단에서 공연을 계속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1년에 1~2편의 무대에는 꼭 오르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세웠다.
“졸업할 때 친구들이 ‘너 왜 이 일을 하는 거냐’라고 물어봤어요.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등 다양한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내 생각에 근접한 답은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었죠. 연봉 10만원이었던 시절부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연기라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아서였던 것 같아요.”
연봉 10만원은 말 그대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이다. 이 같은 생활 패턴은 군복무 이후에도 계속됐다.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을 이어갔다. 흔히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 ‘군대에 다녀와서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면 불효자’라는 말이 있다. 심재훈은 그 불효자가 자신이었다며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무명의 하루를 묻자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그가 바쁜 이유는 다양했다. 연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외적인 즉 몸 관리도 꾸준히 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죄송스럽고, 자존심도 상했다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필수였다.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는 다 해본 것 같아요. 공사현장에서 용접하는 아저씨들 뒤에서 돕는 일, 단기간으로 할 수 있는, 그리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모두 맞닥뜨렸죠. 사실 최근까지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서른 살이 되어서 그는 아르바이트도 좋지만 생활이 조금 힘들더라도 프로필 한 장 더 보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 한 예는 최근 한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한 것이다.
“소속사 없이 혼자 연기를 했을 때, 특히 사극에 출연할 때는 전국 팔도를 혼자 돌아다녔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무명 배우가 설 곳은 그리 많지 않았죠. 다행히 저는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챙겨주셨죠. 지금의 소속사도 같은 맥락이고요.”
예전보다야 여유를 찾았지만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연예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할 것 없이 모든 기사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가 아닌 연기 레슨을 하면서 낮 시간을 보낸다. 꾸준한 스케줄이 없어도 그의 하루는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고, 스스로 탓을 많이 한다”는 그는 잠시도 자신에게 늘어져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교 때부터 티칭에 매력을 느꼈어요.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시작한 연기 레슨이죠.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지, 가르치려면 저 역시도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때문에 오히려 제가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오히려 돈을 주면서 가르치고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느껴요.(웃음)”
이조차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받고 하는 이 레슨을 계속하는 이유는 ‘동병상련’ 때문이었다. 20살 이상의 학생들을 보면 자신의 20대가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전 고정 프로그램이 있어서 돈을 벌긴 하니까”라며 멋쩍게 웃어 보인 그는 아이들에게 햄버거라도 하나 사주면서 자신도 경험했던 그 힘든 시기를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있었고, 이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의 노력을 거듭했다. 그는 “아직도 난 무명”이라고 말하지만 표정은 생각보다 밝아보였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인기를 얻는 것 보다 제 목표는 작품을 많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