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를 음식과 비유하자면 천연조미료를 사용한 뚝배기 요리와 같다. 자극에 익숙해진 시청자에게는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연조미료만이 주는 친근하고 건강한 맛이 ‘사랑해서 남주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남주나’에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의 요소가 없다. 물론 막장에 대명사로 불리는 불륜도 있고, 이혼소동도 들어가 있었으며,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사랑에 빠진 상대들이 알고 보니 한 집안의 남매 사이이며, 더 나아가 그 헤어졌던 연인이 남매로 묶일 수도 있다는 기막힌 우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사랑해서 남주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과 언어로 무덤덤하게 전할 뿐, 여느 드라마처럼 결코 ‘자극’과 ‘극단’이라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배경마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랑해서 남주나’는 우리 가족, 혹은 이웃의 이야기를 엿보듯 담담하게 흘러간다.
↑ 사진=사랑해서 남주나 |
19일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그동안 무뚝뚝한 부자였던 재민과 현수가 나누었던 사랑고백은 이와 같은 가족 간의 화해와 다가감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랑해”라는 고백이 낯선 현수는 재민에게 “앞으로 내가 ‘재민아’ 라고 부르면 ‘사랑해’라고 알아들으라”고 말했고, 재민 역시 “제가 앞으로 아버지라고 부를 때는 ‘사랑해’라고 들으시라”고 답한다. 대화를 마친 부자는 문자를 통해 “재민아” “아버지”라고 주고받았고, 이를 “사랑해”라고 읽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극중 또 다른 가족인 순애(차화연 분)의 가족 역시 평범하다. 순애(차화연 분)와 호섭(강석우 분)이 이혼하는데 한 몫을 하기는 했지만 천성이 나쁘지 않은 연희(김나운 분)는 순애의 아이들을 나름 정성으로 키운다. 순애의 자녀인 미주(홍수현 분)와 병주(서동원 분)는 그녀를 좀처럼 친근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바람둥이인 호섭으로 인한 마음고생과, 평생을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간 연희를 아는 순애는 그런 그녀를 마냥 미워하고 배척하기 보다는, 시간이 흐른 만큼 가장 친한 친구로 받아드리며 인생의 고락을 함께 나눈다.
일찍이 철이 든 딸 미주와는 달리 아빠를 닮아 엄마 순애의 돈을 자신의 돈으로 생각하고 그것으로 가게를 차려보려는 병주와 그의 처 지영(오나라 분)의 모습은 얄밉지만 결혼을 해서도 부모에게 기대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 대신 자신이 은근히 멀리하는 아빠가 사업자금을 대준다는 말에 “엄마 돈은 안 갚아도 되는데 아버지 돈은 새어머니에게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갚아야 한다”는 병주의 말과, 동생이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혹시나 콩고물이 떨어질까’ 좋아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지극히 속물적이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현실적이다.
↑ 사진=사랑해서 남주나 |
미주는 재민과 헤어진 뒤 하림과 결혼을 약속했고, 재민 역시 직장 상사인 하경과 사랑에 빠졌다. 미주와 재민의 인연이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하림과 하경이 남매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재민과 하경은 각각 첫사랑과 오빠를 위해 한 발 양보했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진심이었던 만큼 이들의 사랑 역시 쉽게 꺼지지는 않을 듯하다. 이 가운데 순애와 현수가 재혼을 할 경우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그리고 그 과정을 그 흔한 신파와 자극을 거치지 않고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세상 사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흘러간다. ‘사랑해서 남주나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