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의 박보영은 등장부터 "시X"라고 욕을 하고, 주먹과 발길질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허벅지를 건드린 남학생에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컴퍼스를 이용해 머리에 구멍을 나게 하는 건 또 어떻고?
'일진' 영숙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박보영이었는데 묘하게 잘 어울린다. 행동거지와 외모가 불량 학생처럼 보인다. 초반 어색함은 기존의 박보영 모습과는 달라 오는 이질감이었을 뿐이다.
영화가 상영되고 1시간쯤 지나니 오히려 후반부 드라마가 조금 어색할 정도로 박보영은 불량 학생 연기를 잘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변에 이런 불량한 여학생이 한 명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이종석은 '국민 연하남'에서 '귀염둥이 국민 카사노바'라는 별명을 얻지 않을까? 솔직히 카사노바라고 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지질하다. 자기보다 힘센 이에게 한마디 말 못하고, 매번 얻어맞는다. 그냥 여학생에게 관심 많은 '고딩'일 뿐이다.
물론 스킨십을 위한 이종석의 화려한 손동작(?)은 어마어마하다. 진실한 사랑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나이를 더 먹었으면 분명 카사노바가 됐을 것 같은 손놀림이다. 여학생을 홀리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사랑을 갈구하는 이종석의 모습도 상상이 안 갈 게 분명하다. 그의 기존 이미지가 깨질 것 같긴 하지만, 여성 팬들이 또 그렇게 싫어 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뻔한 사랑이야기가 밋밋할 수는 있으나 영화는 나름 탄탄하게 전개된다. 중길과 영숙이 소원해진 이유와 중길이 바람둥이가 된 이유, 영숙의 분신 컴퍼스 등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열차를 타고 통학하는 시대, 농고와 공고의 대결, 오랜만에 보는 교련복 등등 추억을 떠올릴 것들도 많다.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많은 부분을 채워준다. 빵빵 터트리는 지점은 없지만 피식거리게 만드는 지점은 배우들의 연기 덕이다. 이종석이 특히 그런 역할을 많이 한다. 박보영의 색다른 모습도 반갑다. 둘 사이에 불청객처럼 끼어든 이세영과 김영광을 비롯해 선생님 커플 라미란과 김희원, 이종석의 절친으로 나오는 박정민 등도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121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