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8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한층 다채롭고 세련돼졌다. 클래식한 작품을 다뤘지만 알맹이는 ‘신상’이다.
영화‧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만들었다 하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터라, 한국 공연 소식에 팬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 화제작답게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대거 참여했다. 뻔 한 스타 전략이 아닌 각 분야에서 각출한 이색 캐스팅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최근 공연장에서 만난 두 사람. 무대 위 보다 더 다정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인터뷰 내내 눈빛을 주고받고 가벼운 스킨십도 서슴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죽이 척척 맞는 게 이전부터 알던 사인가 물었더니,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단다.
두 사람, 정말 처음 만난 거 맞아요?
박완(이하 완): 네. 사실 기영 누나와 저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제안 받기 전 우연히 한 행사에서 잠깐 마주친 적이 있었거든요? 원래 기영 누나의 팬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그게 다였어요. 그런데 얼마 후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다 걸 알게 됐어요. 그것도 부부로!
박기영(이하 박): 맞아요. ‘정말 인연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완이가 워낙 좋은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저의 첫 데뷔 작품의 파트너가 될 줄이야!
지방에서 먼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더 빨리 친해지셨나 봐요
박: 지방 공연요? 어우~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완: 맞아요. 워낙 아이들이 많아 지방 공연은 더욱 힘들고 정신없었죠. 또 애들이 유독 저와 기영 누나를 잘 따라서…하하!
박: 완이가 워낙 다정한데다 매너도 좋고, 위트도 많고. 게다가 딸을 둔 아빠라서 그런지 애들을 잘 봐요~ 만인의 아빠! 하핫!
맞다, 박기영씨는 아이와 처음 떨어졌을 텐데, 안 보고 싶던가요?
박: 왜 안 보고싶어요! 가장 힘든 게 바로 그거였는데..
완: 그렇지. 엄마는 정말 힘들지.
박: 아이가 태어나고 만 10개월 동안은 저 혼자 키웠거든요~ 공연차 시드니에 가면서 친정 어
머니가도와주시기 시작했고, 이번 무대로 인해 요즘엔 시어머니도 도움을 주세요. 처음엔 애
를 두고 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아이도 저도!
두 분의 인연만큼이나 작품과의 인연도 궁금하네요
완: '사운드 오브 뮤직‘.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봤을, 정말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저는 정말 1000번은 본 것 같아요. 거의 반 미친 셈이죠. 하하!
박: 너도 그랬어? 나도 그런데…. 시드니에서 공연을 하던 중 갑자기 연락을 받았어요. ‘사운드 오브 뮤직’? 마리아? 와우! 정말 소름끼치게 행복했죠. 무조건 해야했죠 무조건!
완: 배우라면 누구나 똑같은 심정일거예요
박: 완전 ‘멘붕’이었죠. 세 명의 마리아 중 제가 제일 늦게 합류했는데 정말 막막했어요. 노래, 춤, 대사, 연기…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완: 그렇죠.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사실 불가능한 건데. 누난 그걸 다 해내더라고요~대박!
박: 집에 가면 완전 파김치가 됐어요. 살도 저절로 빠지고요. 배우 박기영에서 엄마 박기영으로 돌아가야하니 일이 끝이 없죠.
완: 게다가 이 공연이 참 할 게 많은 작품이라, 누나가 정말 힘들었을거예요~
박완씨는 남자인데도 공감을 많이 하시네요?
박: 완이랑 친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육아’였어요. 완이도 어린 딸이 있으니까. 아이 얘기를 하면서 금세 친해질 수 있었죠.
완: 아빠인 저도 집에 가면 아이들 놀아 주느라 정신이 없는데 엄마는 오죽하겠어요~
박: 처음엔 고생이 많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아이 생각에 힘이 나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돼야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임하니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남편분의 반응은요?
박: 항상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일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한가 봐요. 남편의 외조 덕분에 이렇게 열심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걱정이요?
박: 대령과의 키스신이 있는데 생각보다 진해요. 남편이 보면 질투할까봐 아직 공연에 초대하지 못했어요. 마지막 공연 때 불러야 겠네요~ 하하하!
완: (들릴 듯 말 듯 혼잣말로)나만 아니면 되겠군!
박: 맞다! 너 정말 그렇게 할 거니?
완: (깜짝 놀라며) 뭘? 키스? 너무 못했어?
박: 아니~ 너무 좋았어. (꺄르르)
완: (만족스러워하며) 사실 아직 저희 두 사람의 무대는 공개가 안 됐는데, 보시면 깜짝 놀라 실겁니다. 너무 잘 아울려서!
완: 노래보단 몸 쓰는 게 너무 많아 사실 당황했어요. 제가 원래 몸이 유연하거나 리듬감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고생을 좀 했죠. ‘사운드 오브 댄스’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분위기가 정말 좋네요. 특별히 팀웍의 비결이 있을까요?
완: 글쎄요. 저도 많은 작품을 경험해 봤지만 이번 뮤지컬은 유독 분위기가 좋아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일 경우 서로 경쟁하기 바쁜 경우도 많은데 각기 다른 분야(배우, 뮤지컬, 가수)에서 와서 그런지 그런 기류가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대선배님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계시니까 대가족같아요~
박: 맞아요~ 제게 “소향과 신경전이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들을 자주 하시는데, 경쟁심은커녕 오히려 패키지로 늘 붙어다니고 싶다니까요! 소향과 윤정 두 사람 덕분에 늦게 합류했지만 무사히 임할 수 있었거든요~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도 트리플 캐스팅이면, 각자의 개성이 중요할 텐데. 박기영 ‘마리아’만의 특징은 뭔가요?
박: 음. 앞의 두 사람이 숙련된 마리아라면 저는 마지막에 합류한 좀 자유로운 마리아? 처음엔 두 사람 중 누군가의 캐릭터를 따라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답은 ‘나는 나대로 간다’였어요.
무엇보다 당당한 마리아가 제 콘셉트인 것 같아요. 평소 누구에게 기가 죽거나, 할 말을 못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원칙주의자인 대령에게도 절대 기죽지 않는 ‘마리아’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박완씨는 박기영씨의 오랜 팬이라고 했는데, 뮤지컬 배우로서는 어떤가요?
완: 누나에겐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무대에 길들여지지 않은 신선함이 있어요. 무대에 오래서다 보면 어떤 틀에 박히기 마련인데 기영 누나는 그런 게 없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호기심과 예측 불허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마력이 있죠.
박: 고삐풀린 망아지야?
완: 응~ 하핫!
박: 결혼과 출산 후에 바뀐 게 참 많아요. 세상을 보는 눈도, 일을 할 때 자세도 달라졌죠. 지나고 보니 다 꿈같더라고요. 현재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순간에 얼마나 충실해야 할지 깨달았다고나 할까?
철 드셨나 봐요, 하하!
박: 그러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혹시나 서운하고 미워하는 상대가 있다고 해도 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목숨처럼 소중한 자식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도 미워할 수 없더라고요. 결국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인간관계나, 현실에 대해 여유와 사랑? 그런 게 깊어진 것 같아요.
완: 보시다시피 배우 모두가 정말 애정을 갖고 임하고 있어요. 공연 기간이 짧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서 더 사력을 다해 임하고 있답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박: 이 자리를 빌려 완이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정말 저를 잘 이끌어주고, 도닥여 줬거든요.
배우들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 모든 좋은 기운들이 무대에서 발휘될 것이라고 믿어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한편,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 전쟁 영웅인 ‘폰 트랍 대령’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파란만장한 가족의 일대기를 그려 독일에서 영화로 처음 제작된 뒤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오는 2월 5일까지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소향 박기영 최윤정 이필모 박완 김형묵 양희경 등이 출연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