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 연예 병사 복무 태만 논란, 그 외 잦은 송사에 휩싸인 그는 대중에게 미운 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다. 그는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보란 듯이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를 들고 돌아왔다. 2014년 인생의 제 2막을 열 준비를 마쳤다.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다만 비가 어떻게 먹구름을 헤치고 대중의 마음을 적실 지가 관건이다.
2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비는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서 "안녕하세요. 저는 비라고 합니다. 본명은 정지훈이고요. 그간 밤잠 안 자고 열심히 준비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때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던 그다. 그를 모르는 취재진은 없다. 약간의 너스레가 섞였으나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물어볼 말이 많지만, 처음부터 그에게 직격탄을 날릴 잔인한 기자가 되고 싶은 이는 없었다. 이윽코 누군가 운을 뗐다. '그래, 처음엔 그냥 뻔하디 뻔한 질문으로 가자'였다. 하지만 한 번은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넘어가야 할 사안도 있다. 그렇게 그와의 긴 인터뷰는 시작됐다. 기자의 주관적 해석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가능한 한 그의 말 그대로를 옮겨 적는다.
A. 녹음실에서만 살았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배진열 공동)했다.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미국에서 영화 촬영 뒤 돌아 와 일주일 정도 앓아 눕기도 했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었다. 이제 20대가 아니다.(웃음) 댄스 가수의 애환인 것 같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몸이 아프더라.
Q. 제대 후에도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A. 한 두 번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웃음) 내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아시다시피 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이 아니면 그저 침묵하는 스타일이다. 자연스럽게 밝혀지길 바랐다. 심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잘 털어버리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Q. 공백기 동안 가요계 환경이 바뀌었다
A. 앨범 출시를 앞두고 전략을 짜는데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다우면서, 내가 아닌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록곡 '사랑해'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고, '라송'은 라틴팝 장르를 처음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Q. 곡 소개를 조금 더 한다면
A '라송'은 일탈에 가까운 비다. '비가 저런 것도 해?'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나 아닌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누군가 내게 '네 노래는 술 먹고 부를 노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만든 곡이다. 월드컵 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곡이 될 것도 같다. 타이틀곡 '써티 섹시(30SEXY)'는 그 자체가 나인 곡이다. 한 폭의 그림 위에서 춤추듯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30대에 다시 시작하는 원숙미, 무대 위에 요염한 비를 표현했다.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다.
Q. 음감회서 들은 '사랑해'란 곡이 인상적이다. 김태희를 향한 세레나데인가. <참고로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사랑해 너만을/ 오직 너 하나만 사랑해 왔어/ 이렇게 널 위해 준비한 사랑 노래/ 너만을 위해서/ 가져가 줘 내 맘을/ 이렇게 소중한 그대가(이하 생략)>
A. (김태희를) 만나기 전에 쓴 곡이다. 군대가기 전이니 한 3년 전이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알앤비 발라드 풍의 곡, 소울트레인 풍의 멜로디를 완성시키는 데 3년이 걸린 셈이다.
Q. 곡을 준 사람도 많을텐데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운 이유는
A. 정말 제의를 많이 받았다. 곡도 좋았다. 그러나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의 곡 아니면 어느 인기 아이돌 그룹이 연상되는 곡이었다. 자칫 표절 시비가 나올 정도인 곡도 있더라. 이번 내 앨범을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 현재 트렌드가 아닌 곡들이다. 골라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만 되면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다 듣지 않나. 이미 다른 친구들이 부르고 있는 노래보다 조금 더 좋았을 뿐인 곡을 받느니 유행이 아니더라도 나만 할 수 있는 곡을 찾았다. 저작권료를 욕심낸 것은 아니다. 하하.
Q. 나름 치밀한 전략을 짰다. 차트 1위 욕심 나는가
A. 1위라는 것은 모든 가수의 욕심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실 나는 이제 댄스 가수로서 무대에 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구차하게 40세까지 댄스 가수로 남고 싶진 않다. 앞으로는 춤을 좀 절제하려 한다. 잘 되고 싶긴 하지만 마음은 비웠다. 잘 된다고 해도 예전만큼 되겠나. '예전의 영광을 뛰어 넘겠다' 이러한 포부는 없다. 과거에 이미 내가 원치않는 목표까지 이뤄 봤다. 고통이 더 크더라. 차라리 중간만 하면서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나을 수 있겠단 생각도 했다. 어찌 보면 연기에 더욱 집중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보다 더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친구들 많다. 운동 선수도 20대가 지나면 한풀 꺽이지 않나. 40대에 가까워질수록 농염한 원숙미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래도 '비'는 분명 어떠한 상징성이 있다
A. 진짜 존경스러운 사람은 박진영이다. 아직도 춤 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그처럼 철두철미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조금 인간적으로 살고 싶다. 지금 내 위치에서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확 보여주겠다 강박관념은 없다. 이를 악무니까 이가 깨지더라.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더니 그 독기가 나에게 독이 되더라. 4~5년 전부터 굉장히 시끄럽게 살았다. 구설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왜 이런 무의미한 것에 함몰돼 살아야 하나 싶다.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른, 내 처음 목표는 아버지 집 사주고,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하는 것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이상을 갈구하게 되더라. 이제는 목표를 정하지 말고, '그냥 살자'는 마음이다. 예전같으면 지금 이 (인터뷰)자리에도 수트 입고 나왔지 반팔 티셔츠 달랑 입고 나왔겠는가.
Q. 군대 가기 전 '모든 걸 내려놓겠다. 쉬고 오겠다' 했다
A. (연예병사 복무 논란) 당시에는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럴까 싶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모자를 쓰지 않은 건 잘못한 게 맞다. 그런데 그것 하나로 사실과 달리 난 100일 이상 휴가 나간 사람이 됐고, 남들보다 총을 잘 쏴서 몇일 더 휴가 나온게 와전이 되고 와전이 되니까 억울했다. 군법상 제대 후 2년 내에는 군 관련 사항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데, 심지어 (당시) 현역인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나. 연예인 최초로 나라의 3대 기관에서 조사를 다 받았다. 국방부, 검찰, 경찰 합동조사단. 억울해도 억울해하지 말자 생각했다. 나중에 풀리겠지. 나라 3대 기관에서 다 조사 받았는데 무혐의 나왔으면 된 것 아닌가. 솔직히 조사받을 때 무섭기도 했다. 그러한 기관들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웃음)
Q. 마음을 비운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A. 수 많은 구설에 휩싸여 보면 알아서 놓게 된다. 적어도 나 정도는 되어 봐야 마음이 편해진다.(웃음). 지금 정상급 아이돌들은 아직 멀었다. 더 겪어봐야 한다.
A. 제의가 여럿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래퍼이자 제작자 제이-지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 락 네이션(Roc nation)과도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먼저 잘하고 싶었다. 외국에서 벼슬 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나. 우리 엄마 아빠한테 욕 먹지 말아야겠단 생각이다. 이번에 알았다. 대중은 내 엄마 아빠나 다름없다. 날 밥 먹여 주고, 공부 시켜줬고, 키워주지 않았나. 부모는 당연히 매도 들 수 있다. 2월께 즈음 되면 발표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기대해 달라.
Q. 앨범병 '레인 이펙트'는 무슨 의미를 담았나
A. 말 그대로 비 효과다. '나비 효과'처럼 날갯짓 하나로 지구 반대편에 폭풍이 올수도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이 앨범 하나로 나에게 어떤 영항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Q. 섹시한 면모는 여전히 볼 수 있는 건가
A. 찢고, 벗고, 제끼지 않아도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 마음 먹고 만든 곡이 '써티 섹시'다. 나 아니어도 벗을 사람은 많지 않나. 그래도 운동만큼은 철두철미하게 한다. 배는 나오면 안될 것 같아서다. 예전에는 무대에 돈을 들였다면 이제는 음악에 돈을 들이고 싶었다. 난 냉정하게 말해 '리스닝 가수'가 아니라 '비주얼 가수'였다. 아티스트가 아니라 스타로 만들어졌다. 이번만큼은 하루 종일 차에 꽂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Q. 국내 공연 계획은
A. 앨범의 성과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하고 싶지만 팬들이 원하지 않는 데 할 순 없지 않나. 올해 여름께 월드투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 계획한 것은 있다. 다만 월드투어의 콘셉트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정했다. 즉 팬들과의 소통이다. 작은 공연장에서 땀 냄새 나는 공연을 만들겠다. 대신 가능하면 많은 곳에서 하길 원한다.
Q. 미국 엔터산업계 반응은 어떤가
A. 나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싸이 형이 그간 워낙 잘 되서 내가 덕을 본 점도 있는 것 같다. 다행히 그와 다른 이미지의 한국 가수를 계속 찾고 있더라. 좋은 영화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미국에선 가수보다 영화 쪽으로 더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영어 공부 열심히 한다.
Q. 배우로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나
A. 할리우드에서 단발성이 아닌, 계속 활동하는 배우로 입지를 굳히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거창하게 보이지만 난 아직 신인 배우고, 주연이라도 대기순서 2, 3번째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맡은 배역을 하다보면 동양 배우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미국에서 가수로서 입지는
A. 미국은 기존 가수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친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실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실력보다 더 중요한게 미국에서는 프로듀서의 능력이더라. 진짜 좋은 프로듀서를 찾아야 한다. 난 아직 찾고 있다. 제이-지가 하든 팀발랜드가 하든, 정말 미국 시장을 잘 아는 사람과 하고 싶다. 미국에서 1등인 시스템을 갖춘 곳과 해야 그나마 비전이 있는 것 같다.
Q. 미국에서는 다시 '독한' 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A. 그럴 필요는 없다. 춤을 잘 춘다고, 노래를 잘 한다고 1등이 되는 건 아니다. 진짜 좋은 노래와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면 1등이 된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독해질 필요까진 없으나 열심히 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Q. '포스트 비'로 거론된 인물이 많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눈여겨 보는 후배가 있다면
A. 샤이니를 정말 좋아한다. 2PM이야 말할 것도 없이 잘하는 친구들이고, 개인적으로는 (박)재범이가 아깝다. 끼가 많고 좋은 친구인데 아쉽다. 싸이(형)이야 두말 할 나위 없는 분이고, 정말 모두가 그를 위해 박수 쳐줘야 한다. 잘하는 친구가 어디 한 둘인가. 지드래곤, 태양, 용준형, 유노윤호 등 대단한 친구 천지다. 내가 그들보다 내세울 수 있는 점은 키와 몸집 밖에 없는 것 같다.
Q. 싸이 이후 비의 거품론도 있다. 서운하지 않나
A. 내가 평가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내 입으로 '월드 스타'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 솔직히 '월드 스타'란 수식어가 어디 있겠나. 우리가 브래드 피트를 보고 '월드 스타'라고 하진 않지 않나. 월드 스타는 그 자체로 인정을 받는 것이지 수식어가 붙어야 월드 스타는 아닌 것 같다. 싸이는 빌보드 차트에서 2위까지 했으니까 정말 그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가수다. 난 그간 노력했던 것에 대해 언젠가 인정받을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날 위로하자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두 번이나 선정됐다. 음악·영화·방송 부문 유력 상도 다수 받았다. 그저 무작정 '난 비가 싫어' 하는 비판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Q. '거만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억울한가
A. 그 이야기를 하려면 밤을 새야 된다.(웃음) 내 주위 사람은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괜찮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어떠한 면에서 대중에게 그렇게 보였으니 그런 평도 있지 않겠나. 정상에 올랐다가 구설이 보태지니 어느 정도 와전된 시각이 있을 법도 하다. 어쩔 수 없다. 연예인이 어떻게 욕을 먹지 않고 살 수 있겠나.
Q. 이번 활동을 통해 어떠한 평가를 받길 바라는가
A. 역시 비의 색깔은 확실하구나. <비=비>라는 공식을 세우고 싶다. '비, 죽지 않았네' 이러한 말은 사실 당연히 들을 것 같다. 그 정도는 자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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