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올해에도 수많은 드라마가 탄생했다. 막장이라는 오명을 쓴 작품도 있고 회를 거듭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도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도 못 받은 작품들도 많았다. 이 작품들을 재조명해 본다.
◇ 정치와 로맨스의 아슬아슬한 한 집 살이 ‘내 연애의 모든 것’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이하 ‘내연모’)은 정치 신념이 완전 다른 정당에 소속된 남녀 국회의원의 비밀 연애를 다룬 작품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신하균과 이민정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스크린에서만 봐오던 박희순과 한채아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내연모’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허덕였다.
첫 회부터 살벌한 국회 상황이 그려지면서 심각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잡지 못했다. 거기에 수목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목요일에 첫 회가 방송되는 불운한 편성이 아쉬움을 남겼다.
![]() |
↑ 사진=SBS, KBS |
‘연기신(神)’으로 불리며 연기력으로는 정평이 나있는 신하균은 까칠한 국회의원도 사랑에 빠지면 별수 없는 남자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연기 보단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이민정도 ‘내연모’를 통해서 재발견됐다. 신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노민영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고 신하균과도 케미(케미스트리)를 터트리며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 연기+영상+OST 삼박자가 제대로 ‘사춘기 메들리’
‘사춘기 메들리’는 KBS2 드라마스페셜 연작 시리즈 중 하나로 13번의 전학을 경험한 주인공 정우(곽동연 분)가 시골 학교로 전학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성장 스토리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마치 소설 ‘소나기’를 보는 듯한 시골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풋풋한 로맨스는 어른들의 마음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순수한 첫사랑을 추억하게 만들며 공감을 얻어냈으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웃음을 선사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장군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곽동연은 풋풋한 고딩 정우로 분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역 배우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세영도 모범생으로 분해 곽동연과 풋풋한 고딩 케미를 발산했다. 이외에도 곽정욱, 최태준, 박정민, 윤박 등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 곳이 없었다.
여기에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낸 영상과 OST는 보는 눈과 듣는 귀를 모두 충족시켰다. 초록빛 자연 풍경은 풋풋한 학생들의 로맨스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두 사람의 첫 뽀뽀가 이뤄진 징검다리는 시골 경치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음악감독을 맡은 불독맨션 이한철은 적재적소에 딱 맞는 곡을 삽입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마 전체에 두루 사용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사춘기 메들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녹여냈으며 불독맨션의 ‘스타걸’(Stargirl)은 톡톡 튀는 고딩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외에도 김광석의 ‘잊혀지는 것’, 김형중의 ‘그랬나봐’,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등이 삽입됐다.
![]() |
↑ 사진=SBS ‘내 연애의 모든 것’, KBS ‘사춘기 메들리’ 방송캡처 |
◇ 환상의 캐스팅+탄탄한 스토리 ‘상어’
KBS2 ‘상어’는 김남길의 군복무 이후 첫 복귀작이라는 것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손예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부활’, ‘마왕’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김지우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상어’의 시청률은 형편없었다.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는 김지우 작가의 필력이 느껴졌지만 이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구조가 시청자들을 유입시키지 못하고 또 다시 마니아 드라마로 남게 됐다.
그러나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에 빠진 마니아들은 환호를 보냈다. 처음에 복수와 멜로로 버무린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드라마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근현대사를 담아냈다.
극 중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존경을 받으며 살아온 조상국(이정길 분)의 정체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동족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친일파였다. 이수가 믿었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 분)은 군사정권 시절 고문관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친일파인 조상국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씁쓸함을 남겼다.
쉽지 않은 문제를 풀어낸 김지우 작가의 능력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정점을 찍었다. 어느 자리에 있어도 제 몫을 해내는 손예진은 정의감 넘치는 검사 역을 소화해 냈으며 김남길은 군복무 후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연기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감정 연기를 표출했다. 복수극이 짙어지면서 두 사람의 멜로가 희미해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 |
↑ 사진=KBS ‘상어’, ‘연애를 기대해’ 방송캡처 |
◇ 현대인의 자화상 반영한 ‘연애를 기대해’
요즘 사람들의 연애상을 다룬 ‘연애를 기대해’는 매회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로 시작됐다. 가수 보아의 첫 연기 도전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단 2회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항상 연애에 실패하는 주연애(보아 분)가 연애 코치 기대(최다니엘 분)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젊은 남녀의 심리를 제대로 관통했다. 연애를 하면서도 서로의 조건에 대해 계산해야 하고 밀고 당기기에 제대로 당하는 모습은 큰 공감을 얻었다.
여기에 메신저와 SNS, UCC 등을 소재로 이용해 톡톡 튀는 젊은 감각을 살렸으며 캐릭터들의 생각을 자막으로 표현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보아와 최다니엘의 내레이션은 남녀 심리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첫 연기를 펼친 보아는 크게 거슬리지 않은 연기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최다니엘, 김지원도 본인에게 딱 맞는 연기를 펼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임시완은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노련한 연기를 펼쳤다. 연애숙맥인 정진국 역을 맡은 그는 어리숙하지만 순수하고 찌질
시간이 흐른 뒤 맞선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된 연애와 기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열린 결말을 맺은 ‘연애를 기대해’는 정규 편성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