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오래 기다려 반갑고 배우 전도연이니까 그저 반갑다.
전도연은 영화 ‘터미네이터’ 주인공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아윌 비 백’(I'll Be Back)이라고 따로 포즈를 취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스크린 복귀를 즐거워하고 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과 제대로 물오른 연기력으로 그녀의 연기에 목말랐던 대중들에게 오아시스를 선사한다. ‘카운트다운’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고수, 방은진 감독과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로 여왕의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칸의 여왕과 고비드의 만남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고 실화를 소재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파하고 있기에 작품에 대해 눈이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2년 만에 신작으로 스크린에 등장한 전도연 앞에 돌연 경쟁자(?) ‘변호인’ 송강호와 ‘용의자’ 박희순 공유가 등장해 2013년 연말 제대로 불붙은 한국영화 흥행 대결을 예고 중이다. 이에 전도연은 “송강호와의 맞대결은 절대 아니다. 나는 오랜만에 작품을 들고 나온 것이고 송강호는 자주 나오지 않았냐. 그냥 세 작품 모두 잘됐으면 한다”고 걱정 반 진담 반의 발언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전도연은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보여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사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독 긴장과 걱정, 두려움이 많다.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다. 만약 실수를 한다면 재촬영이 불가능하기에 더욱 극도로 예민해졌고 집중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들었고 여러 가지 힘든 시간이었다. 육체적인 힘듦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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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연이 2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로 관객을 찾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
“조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기에 모두가 긴장하고 들어갔다. 죄수들도 오랜시간 동안 갇혀있었기에 예민했다. 그래서 경고를 많이 듣고 들어가 더욱 무섭고 걱정도 됐다. 그러나 촬영할 때 가장 편했던 것 같다. 모두가 너무나 협조적이었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이 나 보였다. 방은진 감독에게 의견을 전하기도 하며 스스로 리허설도 하고 오케이 사인이 나면 저절로 박수도 치고 정말 별 사고없이 잘 촬영했다.”
감옥에서의 촬영은 너무도 수월했다고 말해 안심을 시켰고 동시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곳의 감옥은 빛이 잘 들기에 쾌적하고 깔끔했다고 감옥을 체험한 후기로 험난했지만 즐거웠던 촬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부상에 대해 언급해 열정을 다해 작품에 임했는지를 설명했다. 전도연은 “실제로 다치기도 했다. 손에 찬 수갑 때문에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고, 수갑 찬 상태로 구르고 도망가다 넘어지고 쓸려 상처가 많았다. 정연의 감정이 고되기에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감정적인 것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고충을 밝혔다.
전도연의 고충은 끝나지 않았다. 수갑 때문에 팔과 몸에 상처가 났다면 너무도 많이 울어 눈물샘이 말라버리지는 않았을까, 감정 소모가 많아 지치지는 않았을까라는 추가적인 어려움에 궁금증이 생겼다.
“감정 소모도 힘들었지만 정연이 처한 삶에 한계가 있고 반복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은 3주 지만 주인공이 보낸 시간은 2년이다. 과연 2년이라는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했을까. 받아들임에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 부분을 계속 맞는다고 치면 처음에는 너무도 아프지만 점점 아픔을 느끼는 정도가 줄어들지 않냐? 때문에 상처는 힘들지만 철없는 아줌마에서 시작된 정연이 점점 단단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생각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줄까’가 제일 힘들었다.”
자신의 상처보다는 배역의 고통과 이 고통의 변화를 표현하는 게 제일 힘들고 어려웠다고 말하는 전도연은 정말 세계가 인정한 여배우답다. 자신보단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했고, 화장기 없고 오히려 헝클어진 머리와 찢어진 옷, 부스스한 모습에도 여배우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연기를 사랑하는 그녀가 왜 2년이라는 시간동안 대중들에게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걸까.
“일부러 공백기 가진 것도 아니고 있는 시나리오들을 고른 게 아니다. 시나리오도 없었고 평소 영화를 좋아해 자주 관람하는데 주로 남자배우들이 등장하더라. 내 기억에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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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
“현재 ‘협녀-칼의 기억’을 촬영 중이다. 처음의 의도대로 촬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웃음)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무협영화를 자주 접했기에 이미 관객들의 시각적이고 미각적인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기존의 무협영화들과는 차별화를 둔 배우들의 감정과 검에도 감정을 담은 한국판 무협액션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품이 개봉한다면 다른 작품들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뛰어넘고자, 잘 찍고자가 아닌 그것보다 물론 부족할 수는 있지만 다른 면을 보여주려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내 연기인생에 있어 제대로 된 액션은 ‘협녀-칼의 기억’이다. (웃음) 극중 초절정 고수로 등장하기에 ‘집으로 가는 길’ 촬영이 끝나고 3-4달 꾸준히 연습했다. 흉내가 아닌 정말 잘 찍어보고 싶다.”
전도연의 친절한 설명덕분에 ‘협녀-칼의 기억’에 대한 궁금증이 하늘로 높이 상승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박스오피스 23일 현재 143만27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돌파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에 다음 작품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높이며 스크린을 장악할 그녀의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진심과 혼을 담아 연기했기에 또한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에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전도연의 애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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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