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는 22일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불거진 ‘설희’와의 유사성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작가는 “저는 ‘설희’라는 만화를 접한 적이 없다”며 “‘설희’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도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 처음 알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박 작가는 “같은 역사적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저는 작가로서의 양심과 모든 것을 걸고 강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고 참조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작가가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입장 전문이다.
현재 드라마가 방송 중이고, 저는 한창 집필중입니다. 분초를 다투며 촬영하는 현장에서 제 대본만을 기다리고 있어 만화 ‘설희’를 직접 읽고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제 작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진 과정을 솔직하고 성실히 말씀드리는 것은 이번 일로 혼란을 겪으셨을 많은 분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되어 가감 없이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밝혀두고 싶은 사실은 저는‘설희’라는 만화를 접한 적이 없습니다.
‘설희’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도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이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능 작가 출신인 저는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방송된 SBS ‘깜짝스토리랜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역사 속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내보내는 ‘역사 속으로’라는 코너를 집필했습니다. 정사와 야사를 막론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 속 이야기들을 15분에서 20분 정도로 재연 드라마화한 것이었는데, 당시 1주일에 한편씩 이 코너를 하면서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사건 사고는 거의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당시엔 희귀했던 조선왕조실록 CD를 사서 매일 들여다보는 것이 일이었고, 국회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료조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광해군일기 속 1609년의 이 사건을 만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건들 중 흥미로우면서도 나름대로 유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프로그램 담당 팀장님께 이 아이템을 극화하자고 제안했지만 CG와 방대한 촬영스케일 때문에 UFO를 자료화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아이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3년 1월 26일 방송된 ‘미스터리 파일 - UFO는 있는가’가 그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자료들은 지금도 많이 있고 문의 결과 팀장님을 비롯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이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하지 못한 그 아이템이 10여 년 동안 마음 속에 계속 남아 있었고, 앞으로 드라마를 쓰게 된다면 ‘조선시대 당시 목격된 것이 우주선이었고, 그 우주선에서 온 외계인이 현재까지 살아오게 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대략의 시놉시스 노트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UFO나 외계인 관련 뉴스 기사들도 차곡차곡 모으며 준비도 했습니다.
그 뒤에 KBS ‘스펀지’와 MBC ‘서프라이즈’ 등 프로그램에서도 이 아이템이 다뤄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 이 사건은 야사도 아닌 실록에 정사로서 기록되기엔 몹시 기이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흥미를 끌만한 아이템을 찾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나 매력적인 소재였습니다.
2007년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이 아이템을 드라마화 할 기회를 살폈고 감독님들, 여러 프로듀서들과 이 아이템으로 회의를 하는 등 수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SF 요소가 강한 소재라서 섣불리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판타지 장르에 대한 대중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SBS 장태유 감독님과 일하게 됐고, 장 감독님의 특기인 사극 연출 실력과 화려한 특수효과 촬영기법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더욱 이 아이템이 적격이라고 보였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으며 마침내 이번에 SBS에서 방송이 나가게 됐습니다.
드라마의 출발이 된 명확한 컨셉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때 조선에 온 게 진짜 UFO였다면? 그때 그것을 타고 지구에 온 외계인이 어떤 사건 때문에 자기 별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여기에 살고 있다면?”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있다면 오히려 ‘슈퍼맨’일 것입니다. 슈퍼맨은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와서 살면서 어려움에 처한 지구인들을 도와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컨셉을 “조선에 온 슈퍼맨”으로 잡게 된 것입니다. 조선에 불시착해 본의 아니게 400년 넘게 살아오고 있지만 긴 세월 동안 인간에게 적잖이 실망하고 배신을 당하면서 “시니컬해지고 마음을 닫아버린 꽃미남 슈퍼맨” 이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님, 국립과천과학관 박사님, UFO 조사분석센터 소장님을 비롯한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님 등 다양한 분야의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며 자문을 구하고 취재를 했습니다. 만약 외계의 별에서 지구로 왔다면 그 외계인은 지구인과 수명이 다르고 지구에서 노화의 속도가 다르다는 설정을 할 수 있는지부터 지구의 쌍둥이별이 있다면 인간과 똑같은 외모에 특화된 다른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할 수 있는지 등등.. 출발은 판타지일 수 밖에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과학적인 근거를 많이 갖추고 싶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취재했습니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외계인은 인간과 같은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을까?’등과 같은 문제로 교수님들과 문답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구의 쌍둥이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알게 되었고, 지구와의 거리를 생각할 때 4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그곳의 우주선이 지구에 방문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소멸하고 말았지만, 취재 당시 올해 말에 엄청난 크기의 ‘아이손’이라는 운석이 지구에 아주 근접하게 될 거라는 정보도 알게 됐습니다. 300여년 만에 일어나는 특이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선에 온 슈퍼맨이 지구를 떠날 날을 3개월 앞두고 운명의 여인과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스토리의 큰 줄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다듬어져서 시놉시스화 되었는지는 제작팀 공개 회의록에 자세히 기록이 돼 있습니다.
강 작가님도 블로그를 통해 광해군 일지에 기록된 사건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역사적인 팩트인 그 기묘한 사건에 매료돼 지난 10년간 드라마화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했고, 그 결과가 ‘별에서 온 그대’입니다. 같은 역사적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로서의 양심과 모든 것을 걸고 강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고 참조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이번 사태로 적잖은 혼란을 겪으셨을 ‘별에서 온 그대’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과 추운 날씨에도 밤샘 촬영으로 연일 고생하고 계시는 저희 드라마 스텝 여러분, 1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부담을 이겨내고 흔쾌히 작품에 출연해주신 전지현씨와 외계인이라는 어려운 배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를 보여주신 김수현씨를 비롯한 배우 여러분께 여러모로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욱 성실한 자세로 좋은 대본 써 보답하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