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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 앞에 무릎 꿇기만 할쏘냐. 불특정 다수 대중을 향해 자신들을 “키워달라”며 추운 겨울바다로 뛰어든 당찬 아가씨들이 있으니, 바로 독하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B형여자’들, 블레이디(Blady)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음악 순위 프로그램 한 번 출연하기도 힘든 현실에 팔을 걷어부치고 셀프 홍보에 나선 것. 이들은 최근 칼바람 부는 인천 한 해수욕장에 뛰어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수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12월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시기이겠으나 실상 블레이디는 지난 2011년 데뷔한 데뷔 3년차, ‘신인 아닌 신인’이다. 현재 팀 내 리더로 활동 중인 강윤은 유일한 원년멤버다. 예기치 않게 2년의 공백이 생겼지만 묵묵히 기다리며 갈고 닦아 재기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오디션을 보고 블레이디 멤버로 발탁됐지만 데뷔 후 공백이 생겼죠. 그동안 연습생처럼 생활하면서 춤, 노래를 연습하고 기초를 다지는 시간을 보냈죠. 솔직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 명씩 멤버가 충원되면서 힘을 얻게 됐어요.”(강윤)
멤버 수진는 몇몇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 현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블레이디를 준비하게 됐다. 예지 역시 다수의 오디션에서 좌절, 낙담한 상태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가 교수님의 소개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참가해 팀에 전격 합류했다.
코코와 티나는 각각 Mnet ‘슈퍼스타K2’ LA 예선, SBS ‘K팝스타2’ LA 예선 출신으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해외파다. “미국에서 부모님 없이 혼자 처음으로 한국에 왔어요.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적응도 힘들고 외로웠지만 따뜻한 블레이디 멤버들을 만나게 돼 좋아요.”(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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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디 호에 승선하게 된 사연도 가지가지. 하지만 가수라는 하나의 꿈을 향한 열망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렬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다섯 멤버 모두 혈액형이 B형이라는 점. 덕분에 회심의 컴백 신곡 타이틀 역시 ‘B형여자’다.
“처음에는 ‘B형여자’라는 곡에 감이 잘 안 왔는데, 은근히 멤버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혈액형 유형에 따라 맞는 점도 있더라고요. 뒤늦게서야 아, 우리 노래구나 하는 생각이 분명히 들었죠.”
혹시 B형끼리만 통하는 ‘촉’이 있진 않았을까.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묻자 약 0.5초 정도 망설이던 이들의 봇물 터지듯 솔직한 발언이 이어졌다.
“예지는 처음부터 B형 같았어요.”(티나) “처음엔 티나가 저를 굉장히 무서워했어요(웃음).”(예지) “동갑인데도 존댓말을 썼죠.”(티나) “티나는 좀 조심스러운 성격이고 저는 거침없이 얘기하는 성격인데 좀 세게 느껴졌나봐요.”(예지)
블레이디 원년 멤버로서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강윤이 본 멤버들은 어땠을까. “제 눈에 예지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까불대는 이들이 많은데 예지는 조용하고, 착한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코코 언니는 딱 언니 같은 느낌이었고요. 수진이는 첫인상이 시크해서 사실 처음엔 걱정을 했는데 알고보니 애교쟁이고, 티나는 원래 알던 동생 같은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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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언니 동생 같은 느낌으로 부담 없이 블레이디를 좋아해주시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티나)
“걸그룹 하면 왠지 예쁘장하고 여성스러워야 하는 느낌도 있지만 우린 가식 없고 털털한 아이돌로 기억되고 싶어요.”(예지) “블레이디 강윤을 넘어 한 사람의 강윤으로서도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강윤)
보다 큰 포부도 덧붙였다. “누군가 저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수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나중에는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코코)
블레이디라는 팀이 세상에 나온 건 2011년이지만 이들은 “신인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처음엔 ‘블랙 레이디’였다면 이제는 ‘B 레이디’로 탈바꿈한 느낌이에요. 데뷔 초부터 얘기했듯 글로벌 톱 그룹에 대한 꿈은 변함없어요. 2~3년 안에 꼭 톱 걸그룹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 재미로 사주를 보러 갔는데 우리 모두 다 해외 운이 있다고 하던데요? (웃음) 두 명의 외국 친구가 있는 만큼 글로벌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