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일본)=MBN스타 유명준 기자] 사랑이었다. 무대에 선 김재중은 때론 강렬하게, 때론 감미롭게 사랑을 읊었다. 그리고 아이돌의 껍질을 벗고 록커로 변신해 돌아온 김재중을, 1만1000명(이틀 2만 2000명)의 오사카 팬들은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김재중과 팬들은 이 사랑이라는 접점에서 만나 함께 호흡하고 뛰었다.
18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일본 오사카죠홀에서 열린 첫 정규앨범 아시아투어의 오사카 공연에서 김재중은 등장부터 파격을 보여줬다. 서울 콘서트에서는 천천히 보여주던 상반신 노출을 오사카에서는 아예 드러내놓고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팬들의 환호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당연했다.
이번 솔로 첫 정규앨범 수록곡인 ‘9+1#’ ‘버터플라이’(Butterfly)를 통해 강렬한 록사운드를 선보인 김재중은 ‘로튼 러브’(Rotten Love) ‘키스 비’(Kiss B)를 통해 끈적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줬다. 준비된 소파 위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옷을 갈아입는 퍼포먼스는 여성 관객들을 충분히 설레게 했다.
한바탕 뛰어논 김재중은 “땀들 나셨나요?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혼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네요. 모두 함께하니 공연장이 흔들릴 정도로 열정적이에요. 저는 지금 휴가 중입니다. 라이브 공연은 일이 아니니까요. 지금 즐기고 있습니다”라며 심정을 전했다.
정규 앨범의 곡을 홀로 무대에서 열창하던 김재중에게 지원군이 등장한 것은 선공개곡인 ‘햇살 좋은 날’이 울릴 때다. 한국 무대에서도 척척 맞는 호흡을 보였던 거미가 일본팬들 앞에 선 것이다. 김재중과 남매 같은 모습으로, 팬들의 부러움을 산 거미는 ‘눈꽃’과 ‘신지떼루’를 부르며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냈고, 다시 김재중과 ‘러브홀릭’(LuvHolic)으로 이날 오사카죠홀을 또다른 매력으로 꽉 채웠다.
↑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또 일본 남성팬들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요코하마 공연에 대해 김재중은 “6만여 관객 중에 5분의 1정도가 남성팬이었다. 확실히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 언급했었다. 이날 공연 역시 남성팬들이 적잖이 보였는데, 김재중 코스프레를 하고 온 남성 팬은 여성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 남성팬은 ‘울트라 소울’(Ultra soul)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파트를, 김재중 대신 이끌어내 웃음을 이끌어냈다.
한국 공연 당시 김재중에 대한 가장 많은 평가는 “팬들을 들었다 놨다”였다. 이날 오사카 공연의 전체적인 평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렬한 눈빛으로 팬들에 대해 무관심한 듯한 표정으로 등장했던 김재중은 이내, 팬들에게 ‘끼’를 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는 강렬함으로 팬들을 흔들어 놓고, 감미로움으로 팬들의 심정을 녹이던 김재중은 ‘끼’를 통해 친근함을 선사하며 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김재중은 “많은 분들이 들고 계신데요. 10주년 축하 메시지 감사드립니다. 이번 달 26일이 딱 10주년이 되네요. 긴 시간동안, 실제 활동은 반 밖에 못했지만, 기쁜 일, 슬픈 일이 있었을 때마다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 기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무대 뿐 아니라 언제나 늘 여러분께 응답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습니다. 여러분은 눈앞에 서 있는 저에게 감사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전 스타지만 스타가 아닙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오사카 팬들은 눈물로, 박수로, 환호로 김재중의 말에 응답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