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기만 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어느새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사회를 반영하기도 한다. 올 한 해에만 해도 수 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사라졌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었을 지 짚어본다.
◇ 가족 예능의 절정 “아이들이 좋은가봉가”
올 해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바로 MBC ‘일밤’의 부활이다. 전성기 이후 도무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일밤’은 올 해 ‘아빠 어디가’로 아이들을 등에 업고 재기에 성공했다. ‘아빠 어디가’는 단순히 스타와 스타자녀의 여행을 엿보는 단순한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첫 회가 방송되자마자 아이들의 순수함에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은 개개인의 캐릭터로 살아났고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각종 CF는 물론 동생들까지 함께 출연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만화 캐릭터 같은 외모에 아이라고 믿기지 않는 감수성과 엉뚱함으로 최고의 예능 스타로 등극했고 “내가 좋은가봉가”, “왜 때문에 그래요?”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아빠 어디가’가 가족 예능으로 잭팟을 터트리자 가족 예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KBS2도 뒤늦게 스타와 아이들의 하루를 엿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신설했고 SBS는 조부모와 손자들이 짝을 이룬 ‘오 마이 베이비’를 파일럿에서 정규로 편성했다. 스타 가족 예능의 원조인 ‘붕어빵’도 여전히 고정 시청자들을 꽉 잡고 있고 아이가 아닌 스타의 부모님이 출연하는 ‘맘마미아’도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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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KBS |
◇ “지켜보고 있다” 대세가 된 관찰예능
‘아빠 어디가’가 일밤의 앞문을 책임졌다면 ‘진짜 사나이’는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로 이탈하지 않게 관찰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붙잡았다. ‘진짜 사나이’는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군대 이야기를 각양각색 캐릭터를 살려 리얼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긍정왕’ 류수영부터 ‘구멍 병사’ 샘 해밍턴, ‘아기 병사’ 박형식까지 살아 있는 듯한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실제 군인 신분인 훈련병들과 남다른 전우애를 남기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군대가 예능으로 성공을 거두자 소방서, 경찰서까지 예능 안으로 스며들었다. SBS ‘심장이 뛴다’와 KBS ‘근무 중 이상무’는 재미 보다는 리얼한 현장 상황을 전하며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우리 동네 예체능’은 직업군 체험은 아니지만 특정 스포츠에 대한 훈련을 받은 후 시민들과 경기를 펼치면서 실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생동감과 진한 땀과 열정을 엿보게 했다.
체험 관찰 예능뿐만 아니라 스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나 혼자 산다’와 ‘인간의 조건’도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 혼자 산다’는 노총각, 기러기 아빠, 자취생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은 물론 나름의 노하우까지 전달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도 문명 사회의 이기심에 도전하며 ‘휴대폰 없이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 ‘책 읽으며 살기’, ‘친구찾기’ 등 현대인들이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일깨워주며 재미를 넘어 공익성까지 선사했다.
◇ 토크쇼와 오디션의 몰락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만들었던 Mnet ‘슈퍼스타K’가 다섯번째 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적으로 화제를 모으지도 못했다. 참가자들의 실력이 월등하지도 않았고 우후죽순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나머지 ‘슈퍼스타K5’ 만의 신선함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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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E&M, JTBC |
오디션 프로그램과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토크쇼다. 현재 지상파에 토크쇼는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장수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3’가 자신들만의 포맷으로 명성을 유지하곤 있지만 획기적인 게스트 섭외에 공을 들였던 SBS ‘힐링캠프’는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1인 토크쇼의 전성기를 가져왔던 ‘무릎팍도사’는 쓸쓸하게 종영했다.
배우 김희선의 MC 도전이 화제를 모았던 ‘화신’도 최고의 MC들이 모였음에도 힘을 펼치지 못하고 종영했으며 방송을 떠났던 강호동이 오랜만에 복귀한 ‘달빛 프린스’는 두 달 만에 조기 종영되는 굴욕을 겪었다.
◇ 신선함 돋보이는 케이블-종편 예능의 역습
공중파보다 더 자유롭고 수위 높은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신선한 콘텐츠로 지상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 나영석 PD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이 함께 여행을 가는 ‘꽃보다 할배’를 탄생시켰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바쁜 네 명의 배우들은 여행을 통해 끈끈함 우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진심이 담긴 조언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꽃보다 할배’의 인기에 힘입어 여자 배우들로 구성된 ‘꽃보다 누나’도 여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수적이고 어른들의 채널로만 인식됐던 종합 편성 방송 JTBC는 ‘썰전’과 ‘마녀사냥’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공략했다. ‘썰전’은 강용석, 이철희를 통해 정치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풀이했으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집중 분석하는 ‘독한 혀들의 전쟁’으로 저격수 역할
반면 ‘마녀사냥’은 시청자들의 연애 심리를 꿰뚫어보고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의 조합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MC들의 발언은 연일 화제를 모았으며 허지웅과 성시경의 재발견을 하게 해주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