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피아니스트 윤한은 ‘흔남’과는 거리가 멀다. 버클리 음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한 그는 훤칠한 키에 호감형의 수려한 외모, 피아노 외에도 예체능에 두루 강한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췄다.
실제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기까지 했으니 이쯤되면 말 그대로 ‘엄친아’의 전형이다. 아마도 결혼정보회사에 그의 프로필을 가져다 놓으면 1등급이리라.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투입 후 매 주말이면 검색어 1위에 당당하게 랭크되는 것도 어느덧 일상이 됐다. ‘우결’에서 배우 이소연과 함께 가상과 실제를 혼동하게 할 정도로 리얼한 결혼 적령기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덕분에 이들에게는 유독 ‘실제 커플로 가자’는 보이지 않은 압력(?)도 공존하고 있다.
최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윤한은 “이런 분위기도 부담스럽지는 않다”며 씩 웃었다. “2주에 한 번 촬영이라, 2주 만에 만나는 것이다 보니 처음에 (이소연을) 만나면 어색하다가도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친해지고 그러다 또 어색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죠.”
‘우결’ 안에서 “조만간 결혼식을 할 것”이라는 윤한은 “프러포즈로 엄청난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소연을 향한 윤한의 엄청난(!) 프러포즈 장면은 7일 방송에서 공개된다.)
‘우결’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로맨틱한 장면의 연속에, 남성들-특히 ‘우결’을 보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성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간다. 이러다 남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될 수준이다.
하지만 윤한은 “괜찮다. 오히려 더 좋다”고 답했다. “공연을 하면 평소 여자 관객이 98%고 나머지는 끌려온(!) 남자들이었어요. 남자분들은 제가 뭘 하든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우결’ 이후에는 남자들도 제게 관심이 생겼다더라고요. 공공의 적이든 질투심이든 그것도 관심이니까 전 더 좋아요.”
평소 성격은 ‘우결’에서 비춰진 로맨틱 피아니스트가 아닌 “운동하고 술 마시고 우와~ 거리는 편”이라는 윤한은 “약간은 리더 스타일이라 남자분들에게도 공감대를 얻고 싶었는데 이젠 가끔 ‘형 멋있어요’ 하는 분도 계시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그렇게 ‘우결’은 ‘팝 피아니스트’ 윤한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조금씩 바꿔 놓았다. ‘팝 피아니스트’라는 클래시컬한 수식어가 주는 왠지 모를 거리감을 좁히고 불특정 다수 대중의 시야에 훅 들어왔다.
그런 그가 주말 예능 ‘우결’을 택한 건 비단 인지도를 올리거나 그 자신을 알리고자 함이 아닌, 그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저도 제뷔한 지 3년이 됐으니 분명 신인은 아닌데, 제 음악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좀 더 제가 좋아하고 하고자 하는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생겼어요. 제 음악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 등의 평가를 받고 싶었는데, 공연만으로는 알리는 데 한계가 있더군요.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아직 대중에겐 ‘우결’ 속 로맨틱가이가 더 낯익은 모습이지만 꾸준한 앨범 발매와 콘서트를 통해 묵묵히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뮤지션 윤한. 지난 14일 미니앨범 ‘MAN ON PIANO’ 발매와 더불어 동명 타이틀의 전국투어를 진행 중인 윤한은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단독 무대를 갖는다.
이날 공연은 윤한의 음악적 무한함을 상징하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솔로, 재즈 트리오,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구성돼 팝 피아니스트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경계를 허물고 본격적인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