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사회에 ‘뜨거움’을 안겨준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변호인’처럼 극단적인 ‘뜨거움’을 주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영화 속은 물론, 보도자료에도 어느 한줄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뜨거움’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이 말하는 ‘상식’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 ‘상식’을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영화는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만들어낸 용공조작사건인 부림(釜林)사건을 다룬다. 당시 35세의 평범한 젊은 세무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냉정을 찾을 수 없는 법정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 ‘피가 거꾸로 솟는 법정’을 제대로 그려냈다. 영화에선 총 다섯 번의 공판이 펼쳐진다.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은 법정에서 사실상 홀로 싸운다. 그의 편은 오로지 용공조작사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법정에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이들은 송우석을 누르려 한다. 말도 안되는 용공 조작 사건에 대해 “이러며 안되는 거잖아요”를 외치며, 변호를 맡았지만, 이 울림은 법정에서도 유효했다.
상식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판사(송영창)와 검사(조민기)는 이미 이 사건의 판단을 끝냈다. 같은 피해자들의 변호인들조차 송우석에게 “공안사건 처음 다뤄봤지?”라며 타협할 것을 강요한다. “이들은 이미 유죄이며 형만 조율하자”고 말하는 이들에게 송우석은 사건의 본질은 ‘국가 폭력’과 ‘국민 피해’이며 유무죄를 따져야 한다고 반박한다.
송우석의 헌법 거론은 법정에서 무의미하다. 법정은 오로지 ‘헌법 위의 법’이라 불리는 국가보안법과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통치자의 의지만 존재할 뿐이다. 사실상 법, 상식, 논리는 모두 증발한 상황이다. 송우석의 제출하는 증거와 논리는 눈, 귀를 차단한 채 ‘권력 해바라기’로 전락한 검사와 판사에게는 ‘바람소리’일 뿐이었다.
오로지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차동영에게 송우석은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외쳤고, 차동영은 이 “입닥쳐 빨갱이 새끼야”라고 소리치며, 감정을 폭발시킨다. ‘빨갱이’, 이는 차동영 뿐 아니라, 당시 권력이 버틸 수 있는, 국민을 통치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였다. 그리고 이 영화가 현 시대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장면에 관객들을 끌어들인 것은 명불허전 배우들이다. 송강호, 곽도원의 감정 폭발과 절제의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