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하루에 천 배씩 두 달 했는데 남자들이 눈에 안 들어온다. 십만 배 하니 희한하게 여자들이 예뻐 보인다.”
개연성 없는 드라마의 가장 치명적인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앞뒤 맥락을 이어주는 개연성을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에, 작가가 그리고 싶은 데로 무엇이든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작가 중 이와 같은 개연성을 과감하게 버린 임성한 작가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를 통해 “암 세포도 생명체”라는 대사로 궁극의 박애주의를 펼치더니, 이번에는 ‘절의 힘’으로 성적인 취향마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며 때 아닌 종교 설파에 나섰다.
지난 3일 방송된 ‘오로라 공주’에서 전 연인 박사공(김정도 분)네 가족들에게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로 넘어오게 과정을 설명하는 나타샤(송원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타샤가 말하는 이성애자가 되는 비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냥 절에 들어가서 주지스님에 말에 따라 죽어라 절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진=오로라 공주 캡처 |
그러더니 나타샤는 한 술 더 떠서 “거짓말 같지? 정말이다. 내가 온전한 남자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여자는 없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어느 여자든 딱 찍으면 다 넘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마성의 남자로의 변신을 예고해 이를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있을 수도 없고, 쉽사리 이해할 수도 없는 설정이지만 극중 왕여욱(임예진 분)처럼 아무 이유 없이 유체이탈 후 심장마비로 죽는다든지, 사임당처럼 딸 오로라(전소민 분)의 차에서 자다가 눈을 감는 등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오로라 공주’에서는 결코 이상한 일들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작 ‘신기생뎐’에서 갑작스러운 빙의로 배우 눈에 레이저를 쏘게 만들고, 복근으로 빨래를 시키는 도전정신을 발휘했던 임성한 작가이기에, 시청자들은 십만 배의 절에 ‘성 정체성’이 바뀐 나타샤에 그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고 밝힌 A씨는 극에서 나타난 나타샤의 성정체성 전환에 “저녁시간 부모님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데 정말 실소가 절로 나왔다. 아무리 종교가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공영방송에서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그려질 줄은 몰랐다”며 “무엇보다 화가 났던 것은 바로 성정체성이 바뀐 나타샤가 내뱉은 ‘내가 온전한 남자구나’라는 표현이다.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난 언제나 XX의 염색체를 지닌 여자가 아닌 XY의 염색체를 지닌 온전한 남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듯 바뀌는 그려지는 성정체성 역시 화가 났다.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던 거였으면 우리는 그 긴 기간 동안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성애를 억지로 이성애자로 바꾸려는 편협한 시각에도 울화통이 터졌다. ‘오로라 공주’를 보며 동성애자들이 참 힘든 세상에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나도 내일 당장 절에 가서 절을 올려야 하나 싶기도 했다”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오로라 공주 캡처 |
초기 설정해 놓은 인물들의 성격이 바뀐 것은 물론이요, 이러다보니 ‘오로라 공주’ 내용 전개에 있어서 특별히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러다 만약 재미가 떨어져 시청률이 떨어진다면 다시 자극을 더한 막장스토리를 보여주면 된다. 그럼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명성에 맞게 시청률이 올라갈 테니 말이다. 실제 시청률을 살펴봤을 때 나탸샤의 이성애자 고백이 그려졌던 3일 방송은 20.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5일 방송에서는 전남편과 현 남편과 함께 동거하게 될 오로라의 모습을 그리면서 안방극장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상식 밖의 이야기들이 넘침에도 점점 올라가는 시청률은 전국에 있는 작가 지망생에게 때 아닌 위로와 헛된 기대를 안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머리 싸매 치열하게 인물을 창조하고 갈등관계를 구성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7명의 배우를 해외로 가게 만들고, 3명의 배우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임성한 작가의 펜대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드라마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오로라의 유일한 가족 떡대(본명 통키)마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