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한시'는 내일 오전 11시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가까운 미래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내용. 김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타임슬립 스릴러다.
"사실 투자사에서 여러 개 시나리오를 줬어요. 일부러 험한 길을 택했죠. 휴먼 코미디를 하는 걸 바라는 눈치였는데, 그러면 제가 시나리오 쓰고 연출했겠죠. 굳이 다른 사람 작품을 할 필요는 없었겠죠.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고 보니 무모했던 것 같긴 해요."(웃음)
"안전하게 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전 아직 가정도 없어서 그런지 영화를 찍으면서 '나에게도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가 예산을 짜려고 하는데 '멘붕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돈으로 짜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해요. 이미 작업은 진행된 상태였는데"
'열한시'의 태생은 어두웠다. 심리 스릴러 요소가 더 강했다. 김 감독을 만나 다소 밝아진 게 이 정도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멜로 부분에도 힘을 실었다.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결말에 이르는 방식을 신선하고 치밀하게 꾸미려 했다. 초반 비주얼에는 지적을 많이 한다. 김 감독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제가 짊어지고 가는 거죠"라고 아쉬워하는 그였지만,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말투는 아니다.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후반작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돈도 많이 투입하고, 후반 작업도 공을 들이지만, '열한시'는 그럴 수 없었다. '가내 수공업'처럼 CG 등 모든 걸 '열한시' 팀이 다 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다행히 관객의 반응은 좋다. 3일까지 50만명(영진위 기준)에 육박하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내용이니 과학적인 오류도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다. 김 감독은 "국내 블랙홀 전문가인 박석재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전문위원)가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자신이 책임질 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물리학은 이론이 하자 없는 한 그전까지는 참이 되는 거래요. 웜홀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가장 좋았죠. 누구도 시간여행을 한 적이 없으니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면 된다는 말이었어요. 자신감이 생겼죠!!"
![]() |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독특하다. 앞서 여주인공 김옥빈은 시사회에서 영화 초반 설렁설렁한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화가 났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존경에 찬 눈으로 김 감독을 바라보는 게 공식자리에서도 드러났다.
"제 스타일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이에요.(웃음) 배우를 못 믿으면 안 되죠. 한 번 같이 한 배우들은 다 알아요. 물론 처음에 신뢰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긴 합니다."(웃음)
삶의 방식도 독특하다. 걱정 안 하고 자유롭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건 안 해요. 좋은 작품 만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 만드는 것도 행복 일부라고 생각하죠. 그게 전부는 아니고, 다른 것들도 많지만요(웃음). 영화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형편없게 만들면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다시 로맨틱 코미디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열한시'가 자극이 됐다. 나중에 다른 작품을 연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열한시'에서 근 미래를 가정하며 그룹 미쓰에이 수지와 소녀시대 윤아의 결혼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차기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고 하니 "그냥 좋아하는 아이돌이라서 넣었다"고 멋쩍어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같이 작업하게 된다면 "수지나 윤아 말고 다른 여가수를 쓰고 싶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