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과 김도연의 열애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9월. 당시 엘과 김도연의 SNS에서 연관된 기류가 포착되자 팬들은 이들의 관계에 대해 전격 추적에 들어갔다.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급속도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당시 인피니트 소속사 측은 “엘과 김도연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라며 “연인이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한쪽에서 열애설을 부인하고 나오니 김도연 측도 침묵했다. 그렇게 이들의 열애설은 해프닝으로 종료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엘의 일부 팬들은 익명의 탈을 쓰고 지속적으로 김도연의 SNS를 공격했다. 참다 못한 김도연은 26일 오전, 악플러들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위반 및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히며 엘과의 진짜 관계를 공개했다.
김도연은 이날 트위터에 “열애설이 터졌을 때 지금까지 그쪽 회사측(엘 소속사)에서 조용히 있어 달라고 부탁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더 이상 인신공격하는 무개념 댓글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폭발하면서 결국 열애설을 인정해버렸다. 그러면서 “모든 악플러에 대해 선처 없이 고소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해당 글에서 김도연은 열애설 보도 전 엘과 교제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김도연은 “20대인 저희가 연애한 것으로 인해 한 여자가 모든 생활에 방해될 만큼 인터넷에 신상을 올리며 동명이인에까지 피해를 줄 만큼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김도연의 발언은 폭로가 아닌 토로였다. 김도연이 악플러를 고소하는 단계까지 사건이 전개되자 인피니트 측은 엘과 김도연이 과거 연인 사이였음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것도 엘이 아닌 소속사 발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울림 측이 내놓은 공식자료는 “9월 엘 군의 열애설이 보도됐을 당시 두 사람은 약 4개월 여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엘 군은 김모양과의 만남에 대해 인정하려 했다. 소속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교제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는 내용들이다.
또한 “두 사람은 지난 9월 (열애설) 보도 후 대중들의 관심과 월드 투어 일정이 맞물리며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소원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 이 일로 인해 엘군, 김모양 그리고 팬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의 뻔하고 형식적인 공식입장은 팬들을 두 번 실망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열애설 당시 진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 자사 아티스트 보호 차원이었다는 변만 늘어놓은 형국이다.
설사 두 사람이 최초 열애설 이후 한 번도 만나지도 않았고, 현재 교제 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돌아세우긴 어려워보인다. 소속가수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소속사 역시 그녀(김도연)을 향해 가해진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들의 일차적 목적이었던 아티스트 보호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당시 엘군은 김 모 양과의 만남에 대해 인정하려 했으나 소속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교제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는 공식입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건으로 엘은 이미지적으로 더 큰 데미지를 얻은 셈이 됐다.
특정인을 향한 도 넘은 비난과 모욕을 감행한 일부 과격한 팬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불특정 다수 팬들이 받은 상처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울림 측이 콘트롤 할 수 없는 일부 팬들의 행위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지만 이를 수습하는 울림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은 어떤 의미에서는 씁쓸하고 또 참혹하기까지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