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울을 찾아 소올뮤직의 본고장 뉴욕 할렘으로 떠난 동갑내기 친구 정준, 양동근, 김유미. 한 달 동안의 음악여행을 통해 가스펠의 진정한 의미와 흑인들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얻었다. 그들이 얻은 감동과 교훈을 이젠 관객들에게 선사할 차례. / ‘블랙가스펠’
[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2년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엄마의 무한집착에 가끔 곤혹을 겪곤하는 착한 아들이자 직업외국계 은행원 안대기 역으로 공감과 웃음을 안겼던 배우 정준. 그가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은 영화 ‘블랙가스펠’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정준의 복귀작 ‘블랙가스펠’은 진짜 소울을 찾아 소울 뮤직의 본고장 뉴욕 할렘으로 떠난 동갑내기 세 친구 정준, 양동근, 김유미의 좌충우돌 음악 여행기를 그렸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기존의 영화와 달리 ‘블랙가스펠’은 꾸미지 않은 100% 리얼담으로 보는 이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정준은 선생님들을 만나 가스펠을 배우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프리허그, 인터뷰 등등 말 그래도 맨땅에 헤딩하며 몸소 블랙소울을 체험했다. 때문에 모든 이들은 정준을 ‘정PD’라 불렀고 그 역시 자신의 모든 열정과 노력을 ‘블랙가스펠’에 담았다.
배우는 리얼 보다는 주로 맡은 배역을 자신에 맞게 표현하는 것에 능숙하다. 그러나 ‘블랙가스펠’은 리얼을 강조한 다큐멘터리 이기에 표현함에 있어서 약간의 어려움도 있었을 법하다.
“메이크업도 안한 채 그냥 진짜 우리의 실제 모습을 담았기에 사실 걱정도 되고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우리가 담고자하는 의미는 영화에 담겼다. 뉴욕에서 14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다음 목적지를 갈 때는 정말 상상초월이다. (하하) 4시간까지는 괜찮았지만 진짜 고생했다. 14시간 운전해서 간 것만으로도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다. 농담삼아 다른 버전으로 영화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너무 리얼이기에 ‘블랙가스펠’이 개봉하고 우리가 연예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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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이 블랙소울을 배우기 위한 리얼 음악여행기를 다룬 ‘블랙가스펠’로 스크린을 찾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사실 7시간동안 프리허그를 했는데 너무 짧게 나갔다.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영어로 해서 못 들었는데 한 흑인이 ‘내가 너를 안으면 뼈가 부러질 텐데 안아도 되냐’고 했다더라. 당시 나는 그 말을 몰라서 그냥 웃었는데 통역하는 분이 놀라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웃었냐고 하더라. 그러나 원래 남자들이 친해지려면 사우나에 함께 가라고 하지 않냐, 똑같다. 블랙소울을 배우려면 그들의 삶을 알아야 된다. 제작진이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했는데 나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블랙가스펠’ 속 정준의 프리허그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주며 동시에 그들에게 따뜻한 가슴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한 달 동안 갈고닦은 가스펠 실력을 맘껏 발휘하는 마지막 장면 역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행복하게 음악에 몸을 맡긴 배우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까지 흥얼거리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은 10~15분 밖에 담기지 않았지만 사실 3시간 40분정도 노래를 했다. 그들은 흥이 나면 멈추지 않는다. 원래 1시간 30분을 예고했었는데 다 부르고 시계를 보니 3시간 40분이더라. 다들 놀랐다. 그러난 정말 너무 신나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분들의 흥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담고있는 마음을 전달하는 듯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150만 관객이 넘으면 미국 선생님들을 초청해 공연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꼭 이뤄져서 대중들에게 우리가 느낀 감동과 전율을 전하고 싶다. 한국에 와서도 향수에 젖어 몇 달간 고생했다. 뉴욕에 가고 싶다가 아닌 그분들에게서 가스펠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말 그때의 그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당시를 회상하며 절로 미소를 짓는 정준의 모습에서 ‘블랙가스펠’을 향한 믿음과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꼭 150만 관객을 돌파해 정말 공연을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으며 “누구한테 배운 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내가 더 나아가 우리가 그린 것을 내놓은 것 같아 정말 떨린다. 담고싶은 장면은 많은데 카메라 수도 제한적이고 현장 환경도 열악해 정PD로 많이 울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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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은 ‘블랙가스펠’에 많은 애정을 쏟은 만큼 배우 정준이 아닌 정PD로 불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
“사실 뉴욕으로 떠날 때 블랙소울로 떠난 것이다. 흑인들은 어떤 창법을 하고 어떻게 그런 창법이 나오는지를 알고 싶어서 떠났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다 보니 흑인음악의 시초가 가스펠이더라. 가스펠은 흑인이 노예로 넘어왔을 때의 아픔을 옥상이나 지하방에서 조용히 부른 것이다. 크리스천이 아니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소재이기에 고민을 했다. 그러나 흑인음악의 틀을 만든 것이 가스펠이고 모든 음악의 시초가 가스펠이기에 그대로 한 것이다. 다큐멘터리기에 제목을 정한 상태로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찍어놓고 보니 ‘블랙가스펠’이 맞는 것 같더라.”
‘블랙가스펠’에는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흑인들의 한이 고스란히 표현된 가스펠과 흑인들의 가슴 아픈 노예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이해한 흑인들의 모습을 통해 강한 교훈을 안기며 그들은 향한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일석이조의 작품이다.
“사람들의 눈에 흑인은 말썽을 부리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정말 아니다.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노예의 시대가 사실은 살아계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즉 2세대 전의 일이다. 아주 옛날 일이 아닌 가까운 시대의 이야기다. 그들은 상처가 있어도 용서했다. 할렘은 백인들이 흑인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다. 아직도 유명한 흑인들은 좋아하지만 그 외의 흑인들은 무시한다. 정말 안타깝다. 소울이 있다는 것은 그들의 가슴 저 끝에 굵직한 무엇인가 끌어올리는 것인데 ‘블랙가스펠’을 통해 왜 흑인들에게 분노가 있었을까, 아 이런 이유 때문에 그랬구나 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한국은 흑인문화를 좋아하기에 분면 우리영화를 보면 더욱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선교사가 꿈이던 정준은 ‘블랙가스펠’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장르의 영화는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꿈을 이룬 것 같다. 대중들이 몰랐던 것을 알려줬으니 이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호감을 가져줄 것 같다”고 쑥스럽게 영화홍보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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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은 자신들이 받은 감동과 전율을 ‘블랙가스펠’을 통해 대중들도 똑같이 느끼길 바라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