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예술가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딜레마가 떠오른다. 내가 바라는 음악과 팬들이 나에게 바라는 음악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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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고민을 소개하기에 앞서 타카피의 대표곡 ‘치고 달려라’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2008년 우연치 않게 프로야구 중계 응원송으로 사용된 ‘치고 달려라’는 현 시점, 타카피의 존재감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주는 곡이다.
리더 김재국은 이에 대해 “그 노래가 없으면 나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다”고 너스레 떨면서도 “때로는 대중이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이미지인 것 같아서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단적으로는 ‘본격인생’에 담긴 이야기가 ‘치고 달려라’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기 때문에 드는 고민이다. “이번 앨범에는 인간의 내적 갈등에 대해 담아봤는데, 대중이 우리에게 에너지 넘치고 신나는 음악을 바라시는 것 같아요.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과 거울 속 내 모습이 다른 것 같은 이치랄까요. 이번엔 제 안에 갖고 있던 걸 풀었기 때문에 시원하긴 한데, 앨범에 대한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와 고민도 됩니다. 너무 안으로만 굽었나 싶기도 하고요.”(김재국)
지난해 출연한 KBS 2TV ‘탑밴드2’ 이후 아쉽게도 전 멤버들과 뿔뿔이 흩어졌지만 남다른 경험이었다고 술회했다. “TV라는 매체가 이렇게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는 매체구나 하는 생각이 하게 됐어요. 십 몇 년 동안 듣던 ‘음악 좋다’는 얘기보다 5개월 TV 나오면서 들은 얘기가 더 많았으니까요. 서바이벌, 순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한다는 마음이었지만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 부분도 있죠. 결과적으로는 자존심도 좀 상했고요. 물론 ‘탑밴드’에는 고맙지만 우리가 그 방소에 적합한 밴드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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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앨범이 80%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팀에 합류했어요. 합류 후 ‘들국화의 행진’ 편곡에 참여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첫 작곡가가 쓴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재국이형은 보컬이 아닌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형을 받쳐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이 정말 좋아요.”(장영훈)
“원래 타카피 음악의 색이나 분위기를 좋아했었어요. 제 스타일이기도 하고, ‘사랑시작’ 같은 경우, 실연을 겪고 나서 보니 가사도 더욱 공감 되고 해서 제 음악 하듯이 좋았어요.”(박세훈)
“저는 앨범이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들어와서 참여를 많이 못 하고 급하게 녹음한 점이 아쉬웠어요. 곡을 듣다 보면 계속 다시 치고 싶은 부분이 들리거든요. 다음 앨범엔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이선환)
막내 이선환은 타카피의 평균연령을 한껏 낮춰주는(!) 기특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무대 경험은 없지만 연습량도 많고, 영리한 친구라 잘 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멤버가 자주 바뀐다는 건 밴드로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믿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이제부터는 팀원들과 똘똘 뭉쳐 소통하며 음악 하려고 합니다.”(김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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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앨범 얘기로 넘어갔다. 당초 타이틀곡으로 낙점했던 곡은 오랜 밴드 들국화에게 헌정하는 곡 ‘들국화의 행진’이었다. 하지만 앨범 발매 전 들국화 주찬권이 갑작스레 사망했고, 자칫 홍보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이들은 ‘사랑시작’으로 타이틀곡을 전격 교체했다.
“‘들국화의 행진’은 분명 사람들이 타카피에게 바라는 스타일에 근접한 노래지만 고민 없이 타이틀곡을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랑시작’이 우리 이미지와 안 맞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아쉽지 않아요. 노래라는 건 자기 생명력으로 전파되는 거니까, 어디서든 열심히 부르면 에너지를 받아 언제 어디서든 사랑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타이틀곡 ‘사랑시작’과 ‘들국화의 행진’을 비롯해 이번 앨범에는 ‘니 갈길 가라’ 등 타카피 특유의 강렬한 펑크록 장르 곡이 수록됐다. ‘1분듣기’ ‘위대한 항해’ 및 마감 시간에 임박해 본의 아니게 내추럴하게 녹음된 ‘노력하지마’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 중 음원 시장의 수익 분배 문제를 교묘하게 꼬집은 ‘1분듣기’는 팬들은 물론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된다. “수익구조 배분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늘 있었죠. 저희가 펑크 음악을 하다 보니까. 위트 있게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1분 듣기라는 건, 음식으로 치면 시식 코너랄까요? 그래서 1분짜리 ‘1분듣기’ 안에 1, 2절과 사비를 다 넣었어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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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내 안에서 뽑아내야 하는데, 대중의 니즈를 모르니까요. 그냥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걸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OST나 게임 음악 작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건, 타카피 음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니까요. 설령 어떤 룰이 있어도 계속 깨 나가야 하고, 그런데 공식도 없고 하니 늘 고민이 됩니다.”(김재국)
하지만 오랜만의 정규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꾸준히 쉬지 않고 활동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한편으론 “과연 양질의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고민도 된다” 하지만, 어느 날 불시에 새 EP를 발표할 지 모르니 타카피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이들은 8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정규 6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