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빠, 엄마, 시어머니, 장모, 이모, 조카, 시누이…이러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나오겠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성공이후 각 방송사에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저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쏟아내며 그야말로 ‘오디션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열었었다. 그 종류도 다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가요 오디션을 시작해 밴드, 연기, 아나운서까지. 영원히 식지 않을 것처럼 계속 되던 오디션 열풍이었지만 결국 하나 둘 씩 시들해 지더니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종식을 알린 것처럼 현재 방송되는 ‘슈퍼스타K5’와 이제 곧 방송할 SBS ‘K-POP스타’를 제외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한 차례 오디션프로그램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냈던 방송사들이 2013년 하반기에는 ‘가족’을 주요 소재로 한 예능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사진=MBC, KBS |
내달 3일 첫 방송되는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아빠 어디가’과 마찬가지로 엄마 없이 연예인 아빠와 자녀가 보내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먼저 첫 선을 보였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를 따라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받았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아이를 돌보기 위한 아빠들의 고군분투기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정규프로그램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예능에서 아빠들의 활약이 왕성해지니 엄마들도 나섰다. 스타와 스타의 어머니들이 펼치는 유쾌한 수다판 KBS2 ‘맘마미아’의 경우 자녀를 걱정하는 어머니들의 따뜻한 걱정과 연예인 못지않은 화려한 입담으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엄마만 있는 것도 아니다.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의 경우 과거 부부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던 포맷에서 변경돼 ‘아내 없이 홀로 처가에 간다면’이라는 기획의도를 놓고 ‘백년손님’이라는 부제를 달아 가깝고도 먼 사위와 장모 사이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장서사이의 이야기만으로 부족했는지 심지어 시집살이를 미리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JTBC ‘위대한 시집’의 경우 미혼의 여성 연예인 예지원, 김현숙, 서인영이 철없는 며느리가 돼 가상의 시댁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다루고 있다.
사진=SBS(위에서부터 ‘자기야 백년손님’ ‘오마이베이비’ ) |
이와 같이 엄마,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까지, ‘이러다 사돈과 이모 조카 사이를 다루는 예능도 등장하겠다’는 농담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송계는 프로그램의 소재와 초점을 ‘가족’에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각 방송사에서 가족예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현상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사는데 있어 가족만큼 좋은 이야기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TV 속 마냥 신비해 보였던 사람들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 함께 울고 웃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항에서 난감해 하는 모습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는 마치 우리 집 혹은 이웃집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친근한 인상을 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이러한 시청자들의 공감은 곧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가장 힘들 때 찾는 이들은 가족이다. 아무리 현 세대 가족의 풍경이 삭막해졌다고 하지만, 어찌됐든 아직까지 나를 위로하고 편이 되주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을 지닌 가족이라는 소재가 최근 따뜻함과 감동을 추구하는 방송계의 ‘힐링 열풍’과 만나면서 더욱 세력을 넓혀가는 추세다.
그러나 연예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어느순간부터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기획 초기 ‘아빠 어디가’를 의식한 프로그램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고, 여기에 또 다른 자녀 양육프로그램인 ‘오 마이 베이비’까지 가세했다. 과유불급을 모르는 방송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탓에 가족예능은 처음의 신선함을 잃은지 오래다. 아무리 ‘하늘아래
이제는 ‘가족예능’이라는 큰 트렌드가 생긴 가운데 새로운 가족예능을 만들기에 앞서 정말로 트렌드를 따라가도 좋은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