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김갑수 “아직 뜨거운 심장 있어…하고싶은 것 많아”

아빠가 한 거 아니지? VS 내 말 믿어야 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이 한 가족의 평범함을 망가트린다.
15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유괴살인사건. 공소시효를 앞둔 어느날 다은은 실제 범인의 목소리에서 너무나 익숙한 아빠의 존재를 느끼고 이때부터 아빠의 숨은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찜찜함은 결국 의심으로 번지고 의심은 확신으로 이어지며 가장 다정했던 부녀관계가 어긋난다. 이 부녀의 끝은 어떻게 될까. / ‘공범’

[MBN스타 여수정 기자] 믿고보는 배우이자 연기본좌 김갑수가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주로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김갑수를 만날 수 있었기에 그의 이번 스크린 나들이는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착한 아버지 역을 도맡아 온 김갑수는 이번에도 영화 ‘공범’에서 딸을 심장이라 여기는 딸바보 순만 역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인자한 미소와 중저음의 목소리, 자상한 태도는 김갑수 본연의 모습이기에 ‘공범’ 속 그의 연기를 자연스럽고 마냥 어울린다.

김갑수는 자상함과 딸 다은(손예진 분)에 대한 무한헌신으로 극 초반을 훈훈하게 만들었다면 극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소름돋는 말 그대로 미친 연기력을 뽐내며 역시 김갑수라는 찬사를 내뱉게 만든다. 그가 열연한 ‘공범’은 액션 스릴러와 범죄 스릴러 장르를 뛰어넘는 감성 스릴러다. 어찌보면 생소한 장르지만 생소하기에 더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김갑수와 손예진이 보일 부성애가 내심 궁금해진다.

“공포 스릴러, 액션 스릴러가 있는데 감성 스릴러는 없다. 어찌보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공범’에는 가족끼리의 정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예진이를 위해 내가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했다. 아빠를 의심해야되니 예진이가 참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연기는 진실이어야 되기에 정말 현실처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어디까지 표현할 것인가 얼마만큼 보여줄까 사이를 반복하다보니 힘들었다.”

김갑수가 오랜만에 ‘공범’으로 스크린 나들이를 알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최선을 다했다는 김갑수의 말에서 연기열정과 ‘공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애정을 증명하듯 김갑수는 “가족들 간의 긴장감이 이루어진다는 게 ‘공범’의 특징이다. 때문에 ‘공범’을 관람하면 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로써 관객들의 기억 속에 훨씬 오래 남을 것이다. 또한 젊은세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을에 감성을 파고드는 그런 스릴러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고 거듭 ‘공범’자랑에 열을 올렸다.

익히 알려진 대로 ‘공범’의 국동석 감독은 신인이고 이미 연기로는 정평이 나있는 김갑수에게 신인감독과의 작업은 좋게보면 도전이고 달리보면 모험이었을 듯 싶다.

“전혀 고민이 없었다. 오래된 감독이나 신인감독이나 자기 생각이 정확하면 된다. 나는 편견이 없기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은지만 전한다면 다 좋다. 단지 국 감독이 촬영중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못미더우면 얼마든지 주문하라고 제안했다. 그의 주문에 맞게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나의 역할이자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써도 이미지와 실제는 다르기에 과연 이것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국 감독이 많이 했을 것 같다.”

연기본좌 김갑수의 연기에 대한 너무도 겸손한 태도는 교훈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는 손예진과 촬영 당시 그녀의 연기를 묵묵히 옆에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 배우가 후배 배우를 관찰하는 경우보단 주로 후배가 선배의 연기를 지켜보는 게 다반사기에 이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손예진의 연기는 신선하고 발랄했다면 이번에는 매우 완숙해졌다. 그래서 선배의 입장에서 쟤는 저 표현을 어떻게 하나보자 라는 식으로 지켜보게 됐다. 그런데 너무도 잘 표현해내더라. 그래서 손예진은 보통배우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진이가 오랫동안 좋은 연기자로 남길 바란다. 나는 오래 살았고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후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울게 많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연기 표현방법이 다르기에 후배의 모습을 보고 아, 저렇게도 하는구나를 느끼곤 한다. 나의 표현이 다는 아니니까 후배들의 모습에서도 배운다.”

김갑수는 ‘공범’에서 딸바보와 과거를 숨기려는 베일에 쌓인 아빠 역을 오가며 연기력을 폭발시킨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갑수의 겸손은 끝을 모르며 여전히 연기에 대한 배울점을 언급하는 그는 연기에 대한 엄청난 욕심쟁이임에 틀림없다. 연기욕심과 달리 스크린에서는 도통 김갑수의 천의 얼굴다운면모를 볼 수 없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사실 영화를 정말 하고싶었지만 드라마에 치중했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호흡이 길더라 그래서 드라마에 더 치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는 회전이 빨라 여러 역할을 빠르게 소화할 수 있지만, 영화는 1년에 한 작품 정도기에 답답하더라. 드라마에 치중하니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나 역식 고집스럽게 내가 하고싶은 영화만 하니까 영화출연 제의가 많지도 않으면서 매우 잘난 척했다. (하하)”

스크린에서는 주로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브라운관에서 김갑수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아쉽게도 주로 단명하는 역을 도맡아 극에 활력을 넣은 후 멋지게 퇴장한다. 이는 진정 박수칠 때 떠나라다. 때문에 김갑수하면 단명 전문 배우가 꼬리표처럼 붙기도 한다. 그런 그의 뒤를 이어 지금은 김남길이 리틀 김갑수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하) 작품 속에서 죽는다는 건 중요하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하다. 보통 나의 죽음으로 작품이 달라지며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때문에 맨날 죽나 라는 생각보다는 잠깐 등장해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왜 죽냐가 중요하며 죽기위한 정확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 정확한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죽어줄 수 있다. (하하)”

‘공범’을 시작으로 브라운관 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김갑수의 연기를 만날 수 있길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갑수의 말대로 그의 죽음에는 늘 의미가 있으며 잠깐의 등장임에도 그의 죽음으로 사건이 180도 달라진다. 죽음으로 극에 긴장을 불어넣어주는 김갑수는 최근 나쁜 남자 역에 도전하고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중후한 중년의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갔기에 딸바보, 신사 이미지를 넘어 나쁜 남자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쁜 남자) 시켜줘야 하지않느냐. (하하) 못할 것은 없다. 좋은 멜로도 하고싶고 나쁜 남자도 연기해 보고싶다. 아직도 뜨거운 심장을 갖고있기에 또한 내가 지금 이 나이까지 연기를 했다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아직도 알고싶은 건 많고 호기심도 많다. 아마 평생 그럴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많은 것을 알고싶다.”

하고싶은 것도 알고싶은 것도 많다는 욕심쟁이 김갑수는 단언컨대, 여전히 가슴 속 청춘을 안고 살아가는 배우임에 틀림없으며 ‘공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