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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관념으로 따진다면 문제는 있겠죠. 하지만 상업적인 논리는 인기 많은 배우가 돈을 더 받는 건 맞아요. 자기들이 없으면 드라마나 영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전 인정을 해요. 그래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있거든요? 오래 연기한 선배들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으면 해요.”
김갑수는 “그래도 일부 사람들만 이상하게 행동할 뿐 많은 연기자가 착하고, 또 선배들을 향한 예우를 해준다”고 만족해했다.
24일 개봉한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도 마찬가지다. 7년 전 ‘연애시대’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다시 또 만난 손예진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변함없이 예쁘고, 예의도 바르다”고 칭찬했다. 그는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표현을 썼다. 35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호흡을 다시 한 번 맞춘 건 배우 문근영과 이미숙 정도가 거의 다다. 여기에 손예진이 추가됐다.
김갑수는 손예진의 연기도 칭찬했다. ‘공범’은 아이 유괴살인사건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아빠를 떠올리면서 시작된 딸의 잔인한 의심을 그린 감성 스릴러. 관객은 딸을 연기한 손예진의 시선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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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는 손예진을 추어올렸으나 다른 출연진과 이야기 전개의 폭발력도 만만치 않다. ‘딸바보’ 아빠 순만 역할을 한 김갑수도 포함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니 이것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었다”며 “연기자의 욕심은 당연히 있으니 참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또 스릴러이긴 한데 감성적인 접근을 한 시나리오가 끌렸다. 신인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했다.
수많은 작품에 참여한 김갑수는 결론적으로 “영화 ‘공범’에서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 연기자로서 행복했다”고 좋아했다. 영화 데뷔작 ‘태백산맥’(1994)을 중요하게 꼽는데, ‘공범’도 그에 못지않게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관객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좋다”고 웃었다.
극 중에서 엄청난 딸바보의 모습인데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안 물어볼 수 없다. 현실에서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아빠”라고 했다. “최근까지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진 못했어요. 소홀했다기보다 연기에 치중한 거예요. 그러다가 최근 일을 좀 더 줄이고 대화 시간을 늘렸어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말 내가 아내와 자식의 생각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이 떠오르더라고요"
김갑수는 “딸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며 “부모는 자식이 걱정되니깐 이것 말고 저것 하라고 하는데 나도 이렇게 살아왔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사업적인 머리가 아닌 연기적인 머리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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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는 그렇게 심하게 돈을 따지는 것 같지는 않다. 줄기차게 단명하는 배우이기도 했고, 부탁에 못 이겨 출연하는 경우도 많았다. “형님 아니면 이 역할 할 사람이 없어!”하면 기분 좋은 마음에 또 달려갔다. 다양한 변신으로 여러 가지 역할도 했다. ‘금홍아 금홍아’(에로, 1995), ‘지독한 사랑’(1996, 멜로), ‘똑바로 살아라’(1997, 코미디) 등에 도전했다. 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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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를 보면 부러운 게 많아요. 나이 많은 배우들에게 적합하게 변화된 액션이나 멜로 등이 많잖아요. 연륜에 맞는 액션과 사랑이 있는 건데,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안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좀 늦은 것 같고, 우리 후배들이 나이 먹어서도 멋지고 즐겁게 나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