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85년 들국화 1집 앨범 ‘행진’으로 데뷔한 주찬권은 데뷔 27년인 지난해 전인권, 최성원과 들국화를 재결성했다. 그러나 올해 발표할 새 앨범의 녹음을 마치고, 후반 작업만을 남겨둔 채 지난 2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결국 이번 앨범은 그의 유작이 됐다.
고인은 1973년 미8군에서 음악을 시작해 그룹 뉴스 보이스와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를 거쳐 80년대 국내 최고의 록 그룹으로 꼽히는 들국화에 합류했다. 1985년 1집 ‘행진’에 객원으로 참여했다가 이듬해 정식 멤버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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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송골매, 작은거인 등 대학 캠퍼스 밴드 바람이 일고 난 후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활동에 나서 부활이나 시나위, 그리고 백두산과는 또 다른 한국적 록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활동 없이도 1985년 발매된 들국화의 첫 음반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전곡이 엄청난 인기를 모았고 국내 가요사에 손꼽히는 명반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1987년 2집의 실패 후 구성원들 간의 음악적 견해 차이로 해체되었다가 1997년 밴드에서 건반악기를 담당했던 허성욱이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활동을 재개했다. 2000년 또 한 번 해체 수순을 밟았다.
주찬권은 1987년 들국화 해체 이후 1988년 전곡을 작사, 작곡한 솔로앨범 1집을 발매를 시작으로 지난해 4월까지 6집 ‘지금 여기’를 대중들에게 선보여 왔다. 또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함께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지난해 전인권, 최성원과 함께 들국화를 재결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의 재결성은 전인권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가능해졌다. 2006년 이후 마약 문제로 매스컴에 오르내렸던 그는 당시 “최근에서야 온전히 노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들국화는 온갖 공연에 참석하며 활발할 활동을 해왔다.
특히 당시 기자회견에서 관심사로 떠올랐던 것은 들국화의 새로움 음악의 향방이었다. 당시 이들은 “들국화는 TV에도 잘 나오지 않았던 팀이다. 우리 공연을 본 사람도 몇 명이나 되겠느냐. 우선 공연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의 음악, 새로운 음악, 여러 팝 음악을 차례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또 주찬권은 “놀라운 곡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며 “1집 이상의 음반이 (언젠가는) 나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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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들국화는 올해 안에 발표할 새 앨범을 준비 중에 있었다. 주찬권 역시 들국화 소속으로 새 앨범의 드럼 녹음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후 5시쯤 경기 성남 분당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오후 6시 50분께 향년 58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앨범이
가요계 지인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비통함을 숨지기 못했다. 들국화 멤버들 역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주찬권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발인은 22일 오전 11시20분이며 경기도 성남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