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가수생활 삼년이 넘으니 너도나도 작곡에 눈을 뜬다.
올해 데뷔, 혹은 컴백한 가수들 중 ‘싱어송라이터’라는 감투를 쓰고 나오는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아이유, 송지은, 홍대광, 정준영, 이효리 등이 바로 그 예다.
아이유는 지난 8일 정규3집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를 발매했다. 수록곡 ‘싫은 날’과 보너스트랙에 삽입된 ‘보이스 메일’(VOICE MAIL)의 작곡자로 나섰고, 지난달 30일 2년 만에 솔로앨범 ‘희망고문’으로 컴백한 시크릿 송지은도 수록곡 ‘데이트 메이트’(DATE MATE)의 작곡에 참여했다. 또 올해 데뷔한 Mnet ‘슈퍼스타K4’ 출신 가수 홍대광과 정준영도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했다. 홍대광은 ‘인트로’(Intro) ‘난 말야’ ‘굿바이’ ‘멀어진다’에, 정준영은 ‘아는 번호’ ‘테이크 오프 마스크’(Take Off Mask)에 작곡 참여했다. 아이유를 제외한 송지은, 홍대광, 정준영은 공동작곡가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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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경우 컴백 기념 쇼케이스 당시 자작곡 ‘싫은 날’에 대해 “편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원래 썼던 것보다 훨씬 좋아졌고, 많이 달라져서 내가 묻어가게 됐다”고 말했고, ‘보이스메일’은 “소소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어서 편곡을 많이 하지 않아 아마추어 같은 느낌의 곡이 됐다”고 했다.
아이유의 말처럼 작곡도 중요하지만, 편곡자의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의미하는 ‘작곡’은 그저 멜로디에 한한다. 이 같은 추세는 이미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계자는 “악기 편성과 장르의 확장은 편곡자의 몫이다. 트랙까지 다 만들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품이 심하다”면서도 ‘싱어송라이터’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얻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동작곡’ 역시 위와 같은 맥이다. 사실 ‘공동’이라는 말 자체에 잘못이 있다. 송지은의 경우 작곡팀과 한 자리에 모여 작곡을 진행했다. 송지은의 소속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 명이 함께 작업을 했다. 송지은은 ‘이런 장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기계적인 부분에서 전문 작곡가들이 음악을 만들었다. 그 위에 송지은이 멜로디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작곡 과정을 설명했다.
정준영 역시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작곡자와 함께 곡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송지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곡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편곡 작업이 먼저 진행되고, 그 위에 ‘흥얼흥얼’ 멜로디를 부르면서 수정작업을 거치고, 최종적인 편곡을 한 번 더 거쳐 곡이 완성되는 식이다.
이들이 작곡에 눈을 뜨고, 자신의 의견을 곡에 담으려는 의도는 가수로서 박수를 받을 만한 올바른 자세다. 작곡이란 게 정답이 없고, 때문에 ‘잘한다. 못한다’라는 판단도 쉽게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가수들보다 그들의 옆에 있는 조력자들의 영향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공동작곡 안에서 이뤄지는 분업은 좋은 면도 있지만, 분명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중음악 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작곡가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력자가 있음에도 공동작곡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과 관련해 “정말 좋지 않은 경우”라며 “트랙의 비중이 있는 것들을 받았으면서 자신이 멜로디를 만들었다고 작곡에 자신의 이름만 올리는 것은 경우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트랙을 만든 사람은 결국 고스트라이터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직접 편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아직까지 편곡을 한다. 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작곡가로서의 수명을 길게 하려면 직접 편곡도 하고, 화성학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고, 꾸준히 건반을 치고, 트랙도 만들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의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경우, 나이와 무관하게 편곡을 직접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작곡가들의 수명은 비교적 짧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한다며 당당히 출사표를 내건 가수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작곡가는 “서른 중반부터 서브를 두고 편곡을 직접 하지 않던 동료들 중에 아직까지 작곡가로 남아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감각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트랙을 받아서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