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어느 순간 사회의 화두가 ‘갑’ ‘을’ 관계다. 사업 관계에서 문제됐던 이 ‘갑-을’의 문제는 그 스펙트럼을 넓혀 직장인들에게도 적용됐다. 집단의 크기는 상관없다. 누군가가 힘이 있으면, 또다른 누군가는 힘이 없다. 인류사 이래 늘 존재했던 이 관계는 ‘평등’ 운운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드라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송 장르 중 하나이다. 그동안 드라마는 다양한 유형의 을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 왔었다. 이 중 배경을 와이장이라는 한 기업체를 배경으로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보여준 2013년 상반기 드라마 ‘직장의 신’은 을의 집대성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류대·만년솔로·계약직’이라는 쓰리콤보 암울한 청춘 정주리(정유미 분)부터 딸랑딸랑 회사에 묻어가고 기대어 가는 장규직(오지호 분), 못하는 게 없는 국내최초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김혜수 분)까지. 이들의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직장인들을 울고 웃기며, 대리만족의 효과를 주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3년 하반기에도 ‘직장의 신’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을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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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자별 캡처 |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의 재민(이상엽 분) 역시 20대 후반 취업준비생의 고단함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상하게 취업운이 없는 재민은 필기시험에 붙고도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한다. 사랑하는 송미주(홍수현 분)를 위해 온갖 알바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던 재민은 위기에 처한 은하경(신다은 분)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그녀의 운전기사 및 보디가드로 채용된다.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이 있으니 이제 연인 미주를 행복하게 해 줄 일만 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상사 하경의 회사 일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재민의 퇴근 시간 또한 늦어지고,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미주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결국 재민은 상사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미주에게 보기 좋게 차이고 만다.
급기야 E채널 ‘실업급여 로맨스’ 속 삼류 재연 드라마 ‘사랑과 멸망’의 월급작가 임승희(이영아 분)의 경우는 아예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공중분해 돼 버리며 한순간에 실직자로 주저앉아 버린다. 나름 자신이 집필하는 ‘사랑과 멸망’의 소재 이혼과 불륜, 막장의 소재를 수집하기 위해 찜질방 이곳저곳을 누비며 나름의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승희였지만 갑작스러운 제작사의 파산이라는 비보를 접하고, 졸지에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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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랑해서 남주나 캡처 |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와 같은 을의 현실을 보여준 드라마는 예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직장의 신’이 그랬고, 그 이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속 88세대의 대표로 꼽혔던 백진희 등이 그랬던 것처럼. 매년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 속 을의 모습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자본주의 사회 속 돈을 주고 고용하는 갑과 을의 관계가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업급여 로맨스’의 메가폰을 잡은 최도훈 PD는 실업급여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PD는 “실제 20대 친구들에게 현재 고민이 무어냐고 물어본 결과 대부분 취업과 실업, 연애 문
오늘도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88만원 세대 가운데 좌절하는 을의 현실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드라마가 제 아무리 88만원 세대를 유쾌하게 풀어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TV를 보는 자신 역시 극중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박에 없는 이 시대 수많은 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