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N스타 여수정 기자] 서로 죽고 못하는 죽마고우인 4명의 청년들이 사소한 실수 때문에 서로의 관계를 비틀며 점점 비극으로 자신을 내몰고 있다. 우정으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는 겉잡을 수없이 위태로워지고 결국 부정적인 관계로 변질돼 안타까움과 묘한 씁쓸함을 안긴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젼 부문에 선정된 ‘못’(감독 서호빈)은 ‘오늘밤은 218호에서 시작되었다’(2009) ‘유령들’(2010) ‘새 삶’(2011) 등의 단편영화로 부산지역에서 지속적인 활동 중인 서호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자 영화사 새 삶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알려졌다.
서 감독은 신예답지않은 남다른 연출력과 긴장감을 안기는 스토리 전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상영 당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수많은 관객들의 질문세례를 받으며 ‘못’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기도 했다.
또한 ‘개똥이’로 영화감독 데뷔를 알린 김병준 감독이 ‘못’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왔다. 김 감독은 ‘개똥이’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못’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는 요소가 있다. 때문에 과연 저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고, 친한사이였음에도 인물들의 사이가 어긋나고 사건이 고조되며 결국 친구들이 파국으로 치닫기에 흥미롭다”며 “‘못’은 고생도 많이 한 작품이다. 흐르는 듯한 영상이 돋보이며 이와 달리 긴장감이 넘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면 화제가 될 것 같다. 기대가 크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병준 감독의 극찬대로 ‘못’은 전개가 될수록 긴장감이 배가되며 스크린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김병준 감독의 극찬에 서호빈 감독 역시 “등장인물들의 가슴에 못이 박혀있다.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고 덧붙여 ‘못’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못’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는 망치가 두드리는 못이지만 극에서는 연못의 못으로 표현된다. 연못은 절친들의 오해와 다툼이 생기는 장소이자 그들의 비극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극히 사소한 그러나 너무도 가슴아픈 사건 때문에 절친 관계가 어긋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눈길을 끈다. 암울하면서 쓸쓸한 배경과 배우들의 열연이 ‘못’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하며 감정이입을 도와준다.
한번 어긋난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아 안타까움과 비극의 연속을 예고하지만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우리들과 닮아있다. 예고치 못한 여동생의 죽음이 절친들의 가슴 속 트라우마로 남아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더욱 가슴을 옥죄여온다. 때문에 과연 저들은 트라우마를 벗어날 순 없었을까, 진정한 탈출구란 없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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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젼 부문에 ‘못’이 초청됐다. 사진=못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