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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은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102번째 작품에 도전하는 임권택 영화 ‘화장’에 대해 이 같은 전망과 기대를 전했다.
화장(化粧)과 화장(火葬)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와 의미를 통해 두 여자 사이에서 번민하는 한 중년 남자의 심리를 묘사한 김훈 작가의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원작이다. 죽어가는 아내와 젊고 아름다운 여자 추은주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육체의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이라는 깊이 있는 소재를 임권택 감독만의 시선으로 그려 낼 예정이다.
임 감독은 “평소 김훈 작가의 작품을 기다렸다가 거의 다 읽곤 했다”며 “김훈 작가가 주는 문장의 박진감을 영상으로 담아낸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박진감이나 심리적 묘사 등을 영화로 드러낸다는 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영화와는 다른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데 잘못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되고, 잘하면 칭찬도 받을 수 있겠지만 워낙 큰 과제”라며 “‘화장’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 내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작품의 세계 안으로 내 자신도 깊숙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감독과 영화 ‘만다라’, ‘태백산맥’ 등 6개 작품을 함께한 배우 안성기가 주인공 오상무 역을 맡는다. 안성기는 “소설을 읽었는데 영화화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며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물론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가 영화화되길 바랐는데 영상으로 하기 힘들 것 같은 ‘화장’을 영화화 해주겠다고 하니 두 거장 임권택, 안성기의 실력과 경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소설을 좋은 영화로 만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임 감독은 “‘화장’은 나이가 배인 영화를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삶의 유적을 영상으로 옮기는 일이 젊었을 때의 순발력이나 패기에는 미치지 못해도 세상을 살아가는 연륜이나 사려깊음 등을 담아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추은주 등 주요 배역을 캐스팅 한 뒤 올해 12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축학개론’ 등을 흥행시킨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함께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